사람과 돈이 모이는 골목 상권
" 골목상권에 대한 인식을 바꾸자는 게 제 주장입니다. 골목길을 저부가가치, 생계형 산업으로 평가 절하하면서 실업 구제 차원의 시혜성 지원, 복지 정책으로만 해결책을 바라보는데, 골목 산업을 우리나라 산업의 성장 동력으로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업 창업만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소상공인 창업은 시혜적으로 지원해요. 소상공인 이 많이 나와서 중소기업, 대기업이 되는 것이 이상적인 기업생태계라고 생각 합니다. 전 세계 많은 대기업이 다 소상공인에서 출발했죠. "
" 홍대, 이태원, 삼청동 등의 대표 골목 상권이 있고, 성북동이나 봉천동 등의 지역거점 골목 상권이 있어요. 세 번째로 관광객이 거의 오지 않는 동네 근린 골목 상권이 있겠죠. 세 번째라면 정겹고 따뜻 한 추억의 골목상권이어도 상관없지만, 제가 생각하는 골목은 새로운 한국의 경쟁력이 되어 줄 첫 번째 의미에서의 골목이에요. 홍대, 삼청동-북촌, 남산-해방촌, 성수동은 이미 준비되어 있어요. 이미 글로벌 중심의 골목상권 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소규모 골목 정책과는 달라져야 해요. 변두리는 생활환경 개선으로 가고, 대표상권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야죠. 시부야와 경쟁했을 때 건물 경쟁력이 없어요. 건물 투자가 필요 합니다. 세 번째 골목 상권 중심으로 첫 번째 골목을 생각하니까 사람들이 당황 하는 거예요."
자영업 육성은 국내의 대규모 관광 수요 를 흡수하고 창조 인재를 거점 지역에 결집시켜 창조경제를 건설해야 하는 한 국의 시급한 정책 과제다. 고숙련 자영 업자가 늘어나야만 해외 관광객과 창조 인재가 요구하는 도심 문화 서비스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 정부는 실업 구제와 골목상권 보호와 같은 보호주의 적 접근에서 벗어나 고품질 서비스와 문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자영업 인재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P.45)
홍대는 유흥가가 아니다. 상업지역으로 머물러 있는 서울의 다른 골목상권과 달리 관광, 음악 연예, 디자인, 출판, 영상, IT, 라이프 스타일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과 산업을 창출하는 도시 산업 발전소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 아야 하는 우리는 제조업 중심 사고방식 에 얽매여 홍대 산업의 잠재력을 간파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홍대와 같은 산업 생태계는 복합 산업단지라 칭할 수 있다. 생산 기능, 주거기능, 연구 기능, 업무 기능, 산업 기능 등 여러 가지 기능을 일정 공간 내에 위치하여 집적의 이익을 창출하는 공간이 바로 복합산업 단지다. 복합 산업단지와 대비되는 개념은 이제 산업사회의 유물로 쇠퇴하 고 있는 전통적인 제조업 산업단지다. 우리가 제조업 산업단지를 지양하고, 생산과 생활을 한 곳에서 추구하는 창조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를 원한다면 그 모델을 다른 나라에서 애써 찾을 필요가 없다. 홍대가 바로 우리가 구축해야 할 창조 산업 단지 모델인 것이다.(P.86)
<골목길 자본론>에서 저자는 ' 6가지 상권 성공 조건'이란 새로운 상권 평가 방식을 제시한다. 이 방식은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기존의 상권 분석은 문화, 입지, 배후 인구, 유동인구, 임대료 중심이었으나, 새로운 6가지 상권 성공 조건은 문화예술, 라이프스타일, 장인 공동체 정신을 접목시켰다. 저자는 여러 도시의 사례를 비교한 결과 골목상권 경쟁력의 특징을 ‘C-READI’라는 모델 로 수렴했다. 문화 인프라(Culture), 임 대료(Rent), 기업가 정신(Entrepre neurship), 접근성(Access), 디자인 (Design), 정체성(Identity) 등 6가지 조건이 성공한 상권의 공통 요인이었다. 디자인과 접근성, 임대료 등 가시적인 특성에 기업가 정신, 장인 정신, 정체성, 공동체 정신 등 지역사회 내부의 혁신 의지와 역량을 포함했다.
문화예술 인프라(C) 중 골목 문화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원은 예술가다. p.328
1. 가장 시급하게 골목 상권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가이드라인의 역할을 할 새로운 C-READI 개념을 제안한다. 이 6가지 성공요인의 실태를 평가한 후 부 족한 부분에 자원을 투입해서 골목 상권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그러자면 골목문화의 기반이 되는 문화 예술 인프라를 먼저 구축하며 임대료 안정에 기여하도록 공공재를 투자하고, 골목길 혁신 창업자들을 유도하고 지원 하며, 골목 공동체를 강화한다.
2. 골목 상권을 단기 산업이 아닌 장기 산업으로 육성한다. 골목 상권 조성은 다른 도시 재생 사업과 마찬가지로 오랜 준비와 정교한 설계를 요구한다. 그렇다면 정부는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골목 상권 전반의 시장 환경을 개선해 장기 경쟁력 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은 골목 장인 육성, 그리고 골목 산업과 관광 산업의 연계다. 구체적으로 골목 산업에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고숙련 자영업자를 공급하기 위한 새로운 양성 시스템의 구축이다. 일정 기간 경험을 쌓고 재능을 보인 장인 후보생을 장인으로 키우기 위해 '오사카 츠지 요리 학교'나 '독일의 마이스터 제도'처럼 장기간 훈련하는 장인 대학을 주요 지역에 설립한다. 장인 대학 설립은 장기적 골목 산업 발전에 필수적이다.
3. 골목 장인 기획사 육성이다. 대중음악, 영화, 드라마 등 대중문화 산업에서는 연예기획사,미술분야에서는 갤러리, 저술 시장에서는 출판사가 예술가를 시장으로 데뷔시키고 스타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골목 산업도 문화 산업의 성격이 강한 분야다. 예술가, 셰프, 디자이너, 혁신적인 창업가 등 골목 문화를 주도하는 이들은 모두 문화산업 종사자이다. 지속 가능한 골목 장인 육성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서는 고숙련 골목 장인을 양성해 수익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골목 기획사의 역할이 필요하다.
4. 관광 정책이 골목 산업 정책이다. 골목상권은 관광, 유통, 문화, 부동산 등 다양한 산업에 포함될 수 있다. 그중 상권 성장을 견인하는 가정 강력한 동력이 관광산업이므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주무 부처는 문체부가 돼야 하며 도시형 관광단지 사업 추진, 소상공 인 정책, 상권 활성화 정책, 도시재생 산업, 지구단위계획,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이 따라줘야 한다.
5. 샌프란시스코는 도심에서 살고, 일 하며,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을 살기에 최고의 도시다. 도보나 자전거를 이용해 웰빙, 보헤미안, 힙스터, 친환경,유기농, 인디, 빈티지, 비건 등 젊은 세대가 원하는 문화를 하루 종일 즐길 수 있다. 국내에선 홍대 앞이 샌프란시스코 라이프스타일과 가장 가까운 삶을 살 수 있는 곳이다. 홍대 앞은 2017년 기준 약 200여 개(로켓펀치 등록업체) 스타트 업이 있는데 홍대 산업 생태계의 연결자 는 홍합밸리다. 홍합밸리는 (주)에이엔 티홀딩스의 고경환 대표가 2012년 설립한 스타트업 협업공간이자 창업자 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네트워크이다. (홍합밸리는 2019년 중소벤처 기업부 로부터 임팩트 투자 액셀러레이터 인증 을 받고 비영리재단법인으로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