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앙은행은 2021년부터 사용하는 최고액권인 50파운드 지폐의 인물로 인공 지능의 아버지 <앨런 튜링(Alan Mathison Turing. 1912~1954. 수학자, 컴퓨터과학자)>을 선정했다. 그는 1936년에 컴퓨터의 토대가 될 <보편적 튜링 기계, Universal Turing Machine)>를 발명했다. 1950년에는 '기계를 학습시킬 수 있다'는 강화 학습의 개념을 창안했으며, 1951년 컴퓨터가 작곡한 동요 <Baa, Baa Black Sheep >를 세상에 처음으로 알렸다. 한편 나치 암호 <에니그마> 해독기를 개발, 2차 대전 시 독일 잠수함 격파와 종전을 앞당긴 전쟁 영웅이었다. 그러나 동성애자임이 우연히 드러나면서 당시 영국법 판결에 의해 화학적 거세 판결을 받고 자살한 비운의 컴퓨터 천재이다. 그의 이름을 딴 <튜링 테스트>는 지금도 인공지능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대표적 테스트이다.
1957년 미국 일리노이대학의 작곡하는 컴퓨터 <일리악>이 AI 음악을 처음 작곡한다. 1960년엔 러시아 연구자 자리포프(R.Kh. Zaripov )가 작곡 알고리즘 연구 결과를 처음으로 발표했으며 그 후 1970년대에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s)이 음악 작곡 분석을 위해 사용되면서 AI 음악의 중요한 개발 도구가 되었다. 1973년 MIT 뮤직 스튜디오는 컴퓨터를 이용해 실시간 작곡이 가능한 AI 기술을 개발했다. 1980년엔 캘리포니아대의 EMI가 특정 장르별로 작곡이 가능한 음악 분석 시스템을 개발했지만 1990년대까지는 AI 음악의 명맥을 유지하는데 그쳤다. 90년대부터 AI 기술의 한계와 학계 및 산업계의 외면으로 AI 기술 연구와 AI 음악은 동면에 들어갔다.
2010년 AI에 관한 ‘딥 러닝’ 논문이 발표되면서 음악계도 인공지능 음악 연구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2010년 스페인의 비코 교수가 개발한 최초의 클래식 전문 AI 음악 기계 <이야무스 오퍼스원(Iamus Opus One)>이 2014년 <Hello World>를 작곡, 이를 런던 심포니가 AI 작곡임을 감춘채 블라인드 연주 테스트를 했다. 이 때 어느 음악평론가는 ‘ 듣기 좋은 현대음악’이라고 평가했으며 기계가 만든 음악임을 알아낸 음악인은 없었다. ’이야무스‘ 는 컴퓨터로 각 각의 음악 테마들을 하나의 유전자로 인코드 하고, 이렇게 인코드 된 모든 음악 테마들을 유전자 진화과정을 거치게 한다. 한번 프로그램되면 사람의 간섭 없이 작곡을 끝내며, 진화시킨 수많은 작품들 중에 원하는 음악을 고르기만 하면 되게끔 만들어졌다. 이어서 2015년 예일대에서 AI 작곡 알고리즘 <쿨리타>를 개발했고, <쿨리타>가 작곡한 곡을 현악 4중주로 100명에게 들려준 결과, 인간 작곡과 구분이 안된다란 평가를 받았다. 비슷한 시기에 IBM의 <왓슨 비트>, 구글의 <텐서플로와 엔신스>, MS의 <송스 미스>, 소니의 <플로우 머신>, <엠퍼 뮤직>, <아이바>, <Jukedeck>이 등장했으며 한국의 <이봄>도 2017년 작곡 AI를 개발했다. 이들 AI 음악 기계들은 3분짜리 곡을 수 초~3분 이내에 작곡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AI 음악은 2017년 미국 아이돌 스타 <타린 서든>과 공동 작곡한 <Break Free>인데 이 곡의 뮤직 비디오가 약 230만 회 조회됐다. 이처럼 AI음악은 게임, 유튜브, 팟 캐스트, SNS 등의 배경음악에 쓰이는데, 그 이유는 저작권 회피가 가능하며 작곡 원가, 제작 시간에서 인간 작곡가를 추월하기 때문이다. 그 반면 배경음악 작곡가들은 일거리를 줄므로 음악계는 AI 음악을 마냥 환영할 수도 없다. 이제 AI음악은 작곡, 연주, 공연, 음악교육 등 음악시장 전 분야에서 음악인들의 설 자리를 서서히 좁혀오고 있다.
<Break Free 앨범표지>
사람들은 청각 예술 음악은 창의성, 감성 측면에서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남아 있길 바란다. 그렇지만 AI 연구자들은 모든 분야에서 인간의 영역을 넘어서기 위해 치열한 도전을 하고 있어서 인간 음악의 미래는 알 수 없다. 도이치텔레콤이 지원하고 하버드대 로버트 레빈 등 국제적 음악학자와 AI 전문가들로 구성된 프로젝트팀이 베토벤의 미완성 교향곡 10번을 완성하기 위해 ‘베토벤-AI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팀은 2021년 초까지 베토벤 음악 스타일과 가장 근접하게 10번 교향곡을 완성, 2021. 4월 일본에서 초연할 예정이
지만 코로나로 인해 공연이 연기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음악 전문가들이 도우므로 AI가 100% 작곡한 음악은 아니다. 어쨌든 음악인들의 도움을 받아 베토벤 10번 미완성 교향곡을 AI가 완성하고 성공적 초연을 한다면 과연 음악인들과 클래식 애호가들은 AI의 창의성과 예술성을 인정할까?
AI 음악의 미래에 관해 <아이바>의 창업자인 <피에르 바로유>는, ‘ 작곡가들이 영감을 얻고 창작 과정을 극대화할 수 있는 도구로써 AI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개인마다 다른 음악적 취향에 맞추어 인간 작곡가들이 다양한 음악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일자리 문제가
있다. 옥스퍼드대 연구 보고서가 AI로 인한 실업문제를 연구한 결과, 음악가가 하는 일이 자동화될 가능성은 타 산업보다 낮은 7.4%에 불과하다고 발표하였다. 그 보고서와는 달리 현실 음악세계는 게임, 영화, 유튜브, 그 외 각종 콘텐츠 분야에서 AI 음악이 이미 인간 작곡가의 배경 음악을 대체하고 있다. 콘텐츠 분야에서부터 인간 음악가들의 일자리는 AI로 대체되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 음악가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유명 작곡가들은 AI 작곡가에게 작곡을 의뢰하여 자신의 영감에 맞춰 빠르게 작곡을 시키고, 창의성과 감정을 풍성하게 불어넣어 작곡 수를 늘리는 것이 수입도 늘고 일자리를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있을까? 평범한 작곡가들은 일자리를 잃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사람이 직접 연주하는 콘서트나 아날로그식 순회공연을 하거나 AI 음악 기계와 공동 제작하며 협력하는 방식을 찾는 음악가도 나오지 않을까? 국내 순수 음악가 몇 분은 근본적으로 AI 음악은 인간 목소리와 어쿠스틱 악기가 주는 감동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음악은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남아있어야 하는데 AI는 감정표현과 감정교류가 불가능하므로 AI 음악이 싫다고 한다. AI 때문에 음악가의 일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이 있지 않을까. 한편 일부 음악가들은 AI 음악이 확산된다면 AI 음악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알려 왔다.
AI 음악은 저작권과 저작 인접권 문제를 일으킨다. 더욱이 각국마다 다른 법률 때문에 분쟁해결이 쉽지 않다. 가수의 목소리 재생은 현재도 저작권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누군가가 <딥 페이크>를 이용하여 <프랭크 시나트라>의 목소리로 <City of stars>, <Hot Tub Time> 등의 노래를 유튜브에 올렸고, 재미있다는 반응과 비난을 받았다. 비슷한 일을 겪은 어떤 힙합 뮤지션은 <딥 페이크>의 노래가 '불법' 이라며 작년 초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AI 기술 발전 속도가 얼마나 빠를지도 중요하다. 머신 러닝, 딥 러닝, 인공 신경망(ANN, Artificial Neural Net work) 등의 개념을 실제 구현한 시기는 AI 가속기라는 <인공신경망 칩셋 (Deep Learning Chip Set) >이 개발된 2010년 이후다. 현재는 인공 지능 훈련(학습)과 추론(실행)을 모두 할 수 있는 GP-GPU(General-Purpose computing on GPU) 기반의 AI 가속기(NVIDIA가 90% 점유)가 대부분인데 ‘1초에 1조 번 조회, 병렬 연산’이 가능해서 수개월 걸리던 대형 신경망 네트워크 교육을 불과 며칠로 줄일 수 있다. AI 가속기 개발기업들은 연산 속도가 지금보다 20배 빠른 AI 가속기를 개발, 빠른 제품은 이미 시장에 나오고 있다. AI 음악 연구개발자들이 새 AI 가속기를 활용하여 현재의 기술을 와해 할 만한 S/W를 개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AI 분야에서 와해 기술이 나온다면 음악은 물론 전 산업에 미칠 파급이 엄청날 것이다. 언젠가는 인간 음악가의 일자리를 대량으로 위협하지 않을까.
AI 기술의 미래에 대해 과학자들의 의견은 상반된다. 2018년 작고한 스티븐 호킹 박사는 2014. 5월 BBC와의 인터뷰에서, “ 초기의 AI 기술이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지만, 인간 지능을 뛰어넘는 완전한 AI가 등장하면 결국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다.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진화가 제한되거나 진화 속도가 아주 느리지만 AI의 지능은 인간과는 경쟁이 안 될 정도로 빠르게 발전해서 언젠가는 인류를 뛰어넘을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반면, AI 분야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UC 버클리대 마이클 조던 교수는 지난해 'AI 월드 콘퍼런스'에서 “AI는 인간의 삶의 질 향상의 조력자이며 인간에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없다”, “우리 생애에 3세 어린이 지능을 뛰어넘는 AI가 나타날 수 없다고 확신한다. 이들을 따라잡는데 최소 100년~ 300년이 걸린다"라고 했다.
AI 음악이 인간 음악가를 넘어설까? AI 미래를 알 수 없지만, AI 기술은 빠르게 진화할 것이다. 그렇지만 음악은 창의, 감성, 관객들과 교감 등 인간만의 고유한 분야도 있으므로 인간이 중심 되고, AI는 음악 분야의 혁신이나 조력자로 남길 바란다. 사람은, 사람이 직접 작곡하고 연주하는 음악을 듣고 싶어 한다. 청각 예술에는 기계가 넘보지 못할, 표현할 수 없는 인간의 섬세한 감정과 감동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음악을 듣는 사람들 또한 그 감정 교류를 통해 위안과 감동과 깨달음을 주고받는 존재이기에 기계 음악보다 인간의 음악을 듣고 싶어 하리라고 위안해 본다.
** 참고 : 'Soundraw'가 추천한 2021년 <톱 10 AI 음악 작곡사>
Top 10 AI music generators on the market(Year 2021)
1. Amper Music
2. AIVA
3. Ecrett Music
4. Humtap
5. Amadeus Code
6. Computoser
7. Google’s Magenta tools
8. Chrome’s Song Maker
9. fm
10. Mus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