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 금요일, 서울 중부 기술 교육원 웹 콘텐츠 디자인 교육에 참가 한지 한 달째. 매주 월~금까지 하루 7.5시간 강행군을 했는데 한 달간 뭘 배웠고 뭣이 내 것이 됐을까?
개강 후부터 한 달간 까만 포토샵 화면을 보면서 참 많이 헛갈렸다. 포토샵 프로그램 화면을 켜면 그 복잡한 메뉴와 각종 도구의 쓰임새가 많아 매번 놀란다. 나의 컴퓨터 사용 수준이라 해봐야 한글과 파워 포인트로 간단한 보고서나 기획서를 작성하거나 검색하는 수준이다. 반면 포토샵 프로그램과 일러스트레이터는 주로 20대나 30대가 디지털 디자이너로 성장하기 위해 배우는 전문가용 기본 프로그램이다.
그 바닥에선 40대 디자이너는 나이 많은 축에 들고 재취업도 어렵다고 한다. 그러니 애초부터 내가 이 교육에 도전한 것은 그야말로 바보 거나 무모한 건지도 모른다.
한 달간 Menu Bar의 12가지 기능과 위치, Tool Bar 20가지의 기능과 위치를 배웠지만 제대로 아는 게 없다. 설상가상 Menu Bar 중 하나를 클릭하면 하부 메뉴가 15가지 정도가 두둥 ~ , 팝업창이 뜬다.
이건 뭐지? 휴~~ 이걸 언제 익혀 온라인용 디자인을 할 수 있을까?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하다. 이리도 어려운데 내년 1월까지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까, 혼자 제대로 할 수 있는 기능이 아직은 한 개도 없다. 60대에 컴퓨터 배우기는 어렵다. 더구나 전문가들이 뽀샵한다는 어도비 포토샵 프로그램이라니... 어림도 없을 거야.
또래 한 분이 카톡에 인사말만 남긴 채 자퇴했다. 본인이 쓴 책을 판촉 하려고 전단지와 현수막을 만들다가 못해서 반장이 만들어줬는데 그만두다니 내 기분도 다운된다. 60대는 무슨 공부를 하던 핸디캡이 많다.
기억력 쇠퇴되어 가르쳐줘도 입력이 잘 안 되고, 기억했다 해도 빨리 잊어서 재생이 잘 안 된다. 수업 속도가 문제다. 강의 속도가 내겐 빨라서 헤맨다. 반면 좀 하는 사람은 진작 끝내고 논다. 이래저래 교수님도, 학생도
, 모두 힘든 것 같다. 수업 진도 따라가는 게 내겐 어렵다.
교수님이 과제 풀이를 하면서 "A란 Tool(도구)을 클릭해서 캔버스에 정사각형을 그리고, 그다음은 ~~~~ 하고 "고 말하면 대다수 학생들은 따라간다. 나는 A라는 Tool이 화면 어디에 있는지 찾다가 다음 설명을 놓쳐 서 그 이후를 다 망친적이 숱하다. 텅 빈 머리로 키보드만 이것저것 누르다 용기를 내어 손들고 교수님께 지나간 내용을 질문하면, 친절히 옆에서 재현해 준다. 몇몇 노장들이 몇 번씩 같은 질문을 해도 화내지 않고 가르쳐준다. 고맙다. 이전 회사에서 직위에 따라 누리던 업무 편의가 당연한 권리 같았는데, 이제 작은 친절도 고맙게 느껴진다.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유튜브에서 포토샵 기초강의를 찾아 이해 안 되는 내용을 짬짬이 이해될 때까지 보충 수업했다. 특히 레이어, 마스크, 펜툴 등 중요한 기능들을 반복해서 들었다. 유튜브엔 전문 디자이너들의 강의가 많아서 내게 맞는 유튜브 강의를 찾아 듣기 좋았다.
유튜버들이 강조한다. '한번 만에 이해되지 않으니 반복해서 들으라. 한번 들으면 30% 이해되고, 두 번 들으면 40%, 세 번 들으면 50%, 열 번 들으면 제법 이해된다'라고 강조한다. IB×× 나 디자이너 OO의 유튜브 강의를 구독했다. 비록 강의 내용을 이해하지만 프로그램으로 직접 구현할 줄 아는 건 연습밖에 없다.
한 달을 배우니 포토샵에서 많이 쓰는 확대, 축소, 이동, 도형 그리기, 색칠하기, 복사하기 , 사진 보정하기, 텍스트 쓰기, 펜툴 사용, 그라데이션, 편집과 저장, 레이어, 마스크, 각종 효과 만들기 등을 더듬거리며 따라간다. 첫 수업 때 막막했던 것과 비교하니 그나마 메뉴 화면이 눈에 들어오며 그 기능이 화면 어디에 있는지도
조금씩 알아간다. 매일 오전 9시에 교수님이 출석 점검한 후 실습 과제를 내주며 적용할 프로그램을 하나씩 설명한다. 교수님이 실제 디자인 과정을 보여주며 디자인을 마치면 학생들이 동일한 과제를 실습한다. 이 과정을 매일 반복한다. 과제를 한 개 마치면 결과물을 카페에 올리라고 교수님이 말하지만 나는 부끄러운 수준이라서 모르쇠로 버텼다. 이 글을 쓰면서 눈 딱 감고 카페에 올린다. 뭐던 처음이 어렵지 시작하면 굴러가는 게 인생사라~ 카페에 올려보자~
오늘은 잘 몰라도 출석을 부지런히 하면 내일은 뭐가 돼도 되겠지, 단순히 생각하고 따라가 보자.
복잡한 컴퓨터 프로그램이라서 몸도 뇌도 힘들지만 점점 몰두해가는 스스로가 대견하다. 가끔 과제를 잘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교수님이 곁에 와서 ' 이번 디자인은 잘했어요! ' 칭찬해 주면 스스로가 기특하다. 겨우 기초 중의 기초를 모방하는 수준이지만, 과제를 그려낸 만족감과 디지털 디자인을 알아가는 몰입, 이런 것이 창조(감히 창조라니?)의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교수님은 우리를 스마트 스토어에 빨리 입점시키려고 엄청 푸시한다.
아래는 60대 컴맹이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를 한 달째 배우며 만든 유치한 결과물.
우리 반원들은 나보다 훨씬 잘 그린다.
1. 사진 합성 실습 결과물(9월 중순.가르쳐 준대로 몇 번 연습, 소요시간 약 60분)
2. 입체감 나는 별 디자인(9월 중순.가르쳐 준대로 몇 번 연습, 소요 시간 약 60분)
3. 캐리커처 디자인 실습(9월 말.가르쳐 준대로 몇 번 연습, 소요시간 약 80분)
4. 육개장 라면, 광고 디자인(9월 말.가르쳐 준대로 몇 번 연습, 소요시간 약 100분)
서툰 그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울 중부/남부 기술교육원 캠퍼스 위치 : 6호선 한강진역 2번 출구, 육교건너 벤츠자동차 지나서 왼쪽 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