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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몬 Dec 03. 2022

60대가 디지털 노마드 되記(4)


    노마드는 사전적 의미로 유목민 또는 방랑자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는 그의  <21세기의 사전. 1996년>에서 21세기의 큰 흐름을 가상 (Virtuality)과 노마드(Nomad)란 두 개의 키워드로 요약했다. 그는  '21세기 인류는 정착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디지털 기기를 들고 다시 유목생활로 돌아간다. 미래에는 직업, 주거 환경, 국적, 가정이 자주 바뀔 것이다'라고 예견했다.


최근에는 디지털 노마드가 마치 휴양지에서 편하게 지내며 많은 돈을 버는 것처럼 묘사 되는데 그건 이상적인 경우이거나 소수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실상은 재택 근무하거나 사무실없이 떠돌아 다니며 현지에서 필요한 시간에 즉시 일을 한다. 어쩌면 휴가중에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해야할 지도 모른다.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며 일하는 것이 마냥 즐겁지만 않다. 장기 출장을 다녀보면 집에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아래는 디지털 노마드가 여기 저기 떠돌아 다니며 일을 하면서 스스로 해결해야 할 때 필요한 자급자족 필수품 80여 가지.   

                                            

                                                 <픽사베이>

                                   



    웹 컨텐츠 디자인 교육과정은, 인터넷상에서 가상의 이미지를  디자인하며 가상의 쇼핑몰에서 실물경제를 운영하는 디지털 기술을 배운다. 어쩌면 자크 아탈리가 예견한 21세기 인류 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교육과정이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 해도 자크 아탈리는 나처럼  60대가 디지털 노마드가 되려고 노력하는 줄은 몰랐을 거다.  가상의 이미지를 디자인하기 위해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를 배우고 이를 이용하여 온-오프라인에 사용할 디자인을 하고, 온라인 쇼핑몰을 만든다. 누구나 무인 플랫폼을 만들어 24시간 365일 장사를 할 수 있다. 그러려면 내 손으로 가상 이미지 디자인과 가상 쇼핑몰 운영능력을 갖춰야 한다. 돈 주고 전문가에게 시켜도 되지만 내가 할 줄 모르면 결국 아는 자에게 종속된다.


내가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내가 이해하고, 내가 할 줄 알고, 내가 가르칠 줄 알아야 비로소 안다고 할 수 있다. 나 스스로도 40년간 남을 위해 일했으니 늦었지만 이제

라도 내가 아는 것을 활용해서 나를 위한 가상 플랫폼을 운영하고 싶다.      



얼마 동안은 포토샵 프로그램 화면 앞에 앉으면 까만 화면처럼 가슴이 답답하다. 하나도 모르니까.


<포토샵 초기 화면>




이 교육은 5개월 후에는 포토샵과 일러스트 레이터를 실무 수준까지 할 수 있고 취업으로 연결 시켜주거나 창업하는데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커리큘럼이 잘 되어있고 거기에 맞춰 착실히 공부하면 될 줄 알았다.  막상 교육이 시작되자 포토샵 실기를 바로 시작했다. 포토샵 메뉴바와 툴바의 기능을 설명하는 시간도 없이 백지상태에서 더듬 거리며 실습을 했다. 교수님은 그런 기능은 어차피 사용할 테니 실습하면서 그때그때 설명 들으면 된다고 했다. 그런가?자판과 메뉴바ㆍ툴바를 찾아라.


교육을 시작하자마자 교수님은 출렁출렁 물결 느낌 글씨, 불타는 느낌의 글씨, 귀곡 산장 포스터, 태극무늬 만들기 등을 가르쳐 줬지만 나는 뭔지도 모른 채 한 달이 후딱 지나갔다.  초급자 과제이지만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뒷자리 학우들은 여유롭게 쉬고 있었다.



    왜 기초부터 가르쳐 주질 않고 대뜸 실습 부터 할까? 이유는 이랬다. 기술교육원에서 정원 30명의 한 반만 모집하다 보니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눠 모집을 못하며 그럴 예산도 없는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입학한 30대~60대 남녀 학생 30명 중에는 시각 디자이너, 게임 디자이너, 미술 전공자, 직장 경력자들이 2/3이며 그들 일부는 시각 디자 이너로 일하다가 퇴직 후 다시 취업을 준비 하는 학생도 있다. 또 일부는 직장 생활하면 서 PPT, 엑셀, 한글 등에 익숙한 경단여들 이었다. 그런데 그중 한 명이 교육 수준이 낮아서 시간 낭비라며 자퇴를 했다. 자퇴를 해도 학교나 학원처럼 수강료가 없으니 본인 에겐 전혀 부담이 없고 오히려 교수님에겐 수업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고민거리를 안겼을 것이다. 수업은 기초교육없이 중고급 수준에 맞춰 진행됐고, 수업 시간에 디자인을 못하고 쩔쩔매는 나와 같은 60대를 보며 교수님도 고민 고민했다. 어찌 됐던 교수님은 경력, 연령, 컴퓨터 수준 편차가 심한 30명을 끌고 GTQ 자격, 취업, 창업이 가능한 수준 까지 올려야 한다.

나같은 60대는 이 교육방식 아래서 디자인 경력자들 발꿈치까지 따라가는게 척 봐도 어려워 보였다. 휴식 시간 때 뒷줄에 앉아 있는 디자인 경력자들(60대들은 시력이 안 좋아 맨 앞자리 배치)의 피시 화면을 보면 그들의 디자인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어떤 학우는 디자이너직을 쉬었던 기간이 길어서 기억이 날까 걱정했는데 한 달하니까 손이 풀린다고 했다. 이 학우들은 교수님이 준 과제를 이삼십 분 만에 멋있게 완료한다. 교수님 보라고 완료 과제를 작은 화면에 슬쩍 띄워놓고는 다른 과제를 열심히 하고 있다. 그걸 볼 때마다 나의 막막함과 열등감이 한숨 되어 나온다.


나는 디자인은 커녕 연필로 그림도 전혀 못 그린다. 수십 년 다른 길을 걸었으므로 왔던 길을 돌아서 다시 입문해야 하는 험한 길이

앞에 놓였다.  나는 언제 저렇게 디자인할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오긴 올까....




10월 초에 한국관광공사의 <한국미>라는 포스터 과제를 받아서 혼자서 포토샵을 사용 하여 A4 사이즈 캔버스에 재현하는 과제가

떨어졌다. 과제의 소스를 찾고 포토샵 프로 그램을 구사하며 꼬박 2시간째 작업하다가 아무리 해도 원하는 그림이 안 나온다. 결국 교수님께 몇 가지 디자인 기술을 물어보고 3시간 만에 불완전하지만 작업을 마치고 교수님께 제출했다. 1급 그래픽 기술 자격 시험(GTQ)에는 이런 과제가 4개 주어지고 90분 이내에 4개를 완성, 제출해야 한다.  오늘도 꼴찌로 제출했다.한발짝이라도 전진한다.







   11월부터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를 번갈아 사용하며 디자인 과제를 했다. 막막해서 모르면 질문해서 교수님의 설명을 듣거나 옆자리 반장에게 물어가며 과제의 50% 정도는 해나갔다(반장은 취준생인데, GTQ1급 실력은 된다).  쉬운 과제가 있는 날은 과제를 완성하고 작은 성취감을 맛보며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간다. 매일 디자인 과제를 완성했는지, 또 그 완성도에 따라 내 감정도 결정된다. 포토샵도 채 알기전에 일러스트레이터를 실습한다.내가 너무 기초 가 없다보니 수업에 처지고 열등감만 잔뜩 커진다. 수업을 따라가려면 과제를 반복 연습 할 시간을 확보하고, 과제 완성도를 높이며, 작업 소요시간을 단축해야한다.     


 점점 디자인 과제의 난이도가 높아진다. 온라인에서 사용하는 포스터, 이벤트, 광고, 캠페인, 세일, 배너, 카드 등등 온갖 시각효과 가 더해진 과제가 매일 부과되었다. 수업 중에 주어진 과제를 완성하려면 내 실력을 더 보강해야 한다.  실력을  보강 하려면 연습 시간과 연습량을 늘려야 한다. 그런데 내 환경은 주간 수업 시간만 확보할 수 있다. 이러다 어중간한 수준으로 2023. 1월을 맞는 건 아닐까 불안했다. 집 피시에 영문 포토샵 프로그램(월 3.5만 원)을 깔아놓고 과제 복습을 하려 해도 시간 확보가 안 된다. 그러니 수업 중 한 가지 과제라도 완전히 알게 될 때까지 연습을 반복 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니 하루에 과제 두 개 정도를 할 수 있지만 뒤 줄의 학우들은 매일 5개 과제를 꼬박꼬박 해낸다. 하루에 과제 3개씩 차이가 난다.


부러워하면 안 된다. 나보다 더 많은 시간과 정열을 컴퓨터나 포토샵에 시간 투자했을 그들과 나를 비교하는 것은 어리석거나, 노력 없이 바라는거다.   


 11월들어 교수님은 "여러분들 실력이 처음 왔을 때와 비교하면 엄청 발전했다"라고 격려한다. 이렇게 교수님이 칭찬해주면 힘이 난다만 경력자들과의 격차는 여전하다.


교수님은 디자인 평가 과제로 <푸 아저씨 감 농장>을 지정했고, 나는 이를 개발새발 그리다시피 하여 우리 과정 카페에 올렸다. 이 과제를 할 때 막막한 부분이 있어서 질문할까 망설이다가 결국 교수님께 도움을 청했다. 그럼에도 아랫부분은 원본대로 못 해서 디자인이 밋밋하고 미완성이라 아쉽다.




   회사 생활할 때도 힘들면 포기하지 말라고 아주 가끔은 한줄기 희망이 생긴다.  

수업 중에 카톡이 왔다. 내가 쓰는 블로그의 캐리커처 머그컵 홍보 글을 본 고객이 글을 남겼다.  

"캐리커처 머그컵 지금 주문하면 언제 도착하나요?"  

아니 이거 첫 주문이다~~ 즉시 교수님께 보여주며 상담을 했다.

"오늘 사진 받으면 내일 완성해서 모래 택배 쏜다고 하세요"

그대로 답글을 보내니 캐리커처 머그컵  3개 주문을 하면서 34,000원을 송금하겠다고 한다. 수업 중에 교수님이 학우들께 나의 주문을 공지했다.


우리 교육과정 학우 중 첫 주문을 내가 받

다니...이런 일도 생기네.

쉬는 시간에 학우들이 내게 와서 어떻게 주문받았냐? 가격은? 질문을 한다. 우쭐해지며~~ 설명했다, 블로그에 홍보

글을 쓰서 어쩌고~~~


 주문받았지만 아직 내가 전 과정을 디자인

할 수 없어서 캐리커처 작업은 교수님이 프로그램으로 직접 제작 주기로 했다.


캐리커처 머그컵 디자인 프로세스는,

고객의 사진을 받는다-사진을 포토샵으로 멋있게 인물 보정을 한다-사진을 바탕으로 캐리커처를 그리고 이를 포토샵으로 최종 보정해서 PSD와  JPEG로 각각 저장한다-저장한 파일을 고객에게 보내어 제작 전에 디자인 컨펌을 받는다- 승화 전사紙에 프린트한다-프린트한 승화 전사紙를 열 전사 기계를 이용하여 머그컵에 프린트한다-제품을 검수한다-포장 택배 발송한다.

해보니 제법 디자인 일 손이 들어간다.


영업일 기준, 4일 만에 택배 도착했고 고객은 만족한다며 12월에 재구입 의사를 카톡으로 보내왔다.  

    

    생전 처음으로 디자인 제품의 주문, 대금 수령, 디자인 작업, 포장, 택배 과정을 했다.  몇 번 더 해보면 '캐리커처 머그컵' 전체 제작 과정을 혼자서 할 수 있을 것 같다.  고난도 작업은 아니지만 아직 숙련도가 낮아 전체 소요시간이 너무 길다. 반복 연습해서 제작 기간을 한 시간으로 단축해야 생산성과 경쟁력이 확보될 것 같다. 동시에 사업자 등록도 하고 블로그에 사업자 내용을 기재해야 한다.


학습 부진에 헤매던 꼴찌가 첫 주문을 받았으니 자존감이 급상승한다. 60대가 열등감속에서도 매일 흔들리며 조금씩 발전한다. 11월은 15일은 디지털 디자인 시장에 처음으로 진입한 날이다.


                                            <첫 주문한 고객과 동일류의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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