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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몬 Dec 17. 2022

60대가 디지털 노마드 되記(5) -서울 중부기술교육원

     11월 23일 수요일은 GTQ 시험이 있는 날이다. 우리 과정 학생 약 이십 명이 시험을 보는 것 같다. GTQ(그래픽 기능) 시험은 고등학생 이상이면 누구나 응시 가능하며 디자이너를 지망하거나 포토샵과 일러스트를 배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응시한다. 디자인 분야 자격 중 최대 인원이 응시하는 기능 시험이다. 매년 10번 정도 시험을 보며 디자이너로서 GTQ 1급은 기본 스펙이다. 그래서 취준생이나 경단녀들은 GTQ1급을 따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 11월부터는 수업도 GTQ 과제 작성 중심으로 진행하며 교수님도 GTQ 시험에 대해 시간 날 때마다 강조를 했다.


 취업을 목표로 GTQ 시험 준비를 하는 학생들과 달리 나는 GTQ  시험공부를 하면 실력이 빨리 향상된다는 시험 후기를 많이 봐서 시험공부를 하면서 포토샵이나 일러스트 기능을 조금씩 더 알게 되고 집중도도 높아졌다.  60대 들 5명은 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우리가 GTQ 시험에 응시할 필요가 있느냐, 응시료 아깝다고도 했지만 나는 어차피 두 가지 프로그램을  사용할 거라면 자격증은 따 놓자는 쪽으로 방향을 정리하고 내년 1월에 응시하기로 작정했다. 11월 23일 시험을 친 한 분에게 시험 잘 봤느냐고 물어보니 그는, " 아 시간이 없어서 다 못 풀었어요. 네 문제가 나왔는데 두 문제 풀고 나니까 10분밖에 남지 않았어요.  두 문제를 다 풀어서 완성도 만점 받아도 50점밖에 안되니 커트라인 60.2가 안돼요. 망했습니다. 재응시해야죠"라고 씁쓰레 말한다.  GTQ 시험 응시료는 3만 원인데 학교에서 3만 원을 보조해 준다고 한다. 그래서 학생들은 모두 다 시험 응시한다.


                                                       <GTQ 2급 기출문제 실습>




    서울 중부기술교육원은 취업과 창업을 원하는 미취업자들을 선별하여 직업교육을 하는 곳이다. 그래서 남녀노소 학생 대부분은 현재는 모두 직업이 없다. 남성 학생들끼리는 아직 이름도 잘 모르며 더구나 서로 알려고도 않는다. 여성 학생끼리는 금방 친해져서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퇴근 때도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가는 것 같다. 점심 먹으러 갈 때도 여성 학우들은 60대, 50대, 40대, 심지어 20대까지 한데 어울려 다닌다.  가만히 관찰하면 여성의 사회성 또는 사교성이 남성보다 높은 이유는 '언니'라는 호칭을 사용함으로써 급속하게 친밀해지는 측면이 있지 않을까. 여성들은 '언니' 란 호칭을 스스럼없이 즐겨 사용하며, 호칭 자체가 친밀감을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서로 별다른 거부감 없다.

우리 과정의 전체 분위기는 일반 학교의 입학 동기생이란 동질감은 있을 리가 없지만 경력 차이, 연령 차이, 개인 입장, 디자인 실력 차이가 만드는 미묘한 우월감과 열등감, 이질감, 거리감이 있다. 반면 이를 해소하려는 사려 깊은 마음을 보이는 분도 많아서 11월 하순부턴 서로 미소를 자주 지으며 모르는 것을 스스럼없이 묻고 가르쳐주며 서로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는 모습을 자주 본다.  




나는 허리 디스크를 치료하느라 사흘간 결석했다. 그런데 그 새 교수님이 갑자기 학교를 떠나게 됐다고 한 학우가 내게 알려줬다. 네~에 그게 무슨 말??


어떤 학우(학우 맞나?)가 학교 행정실에 수업에 관한 민원을 넣었고 행정실에서는 이를 교수님께 알렸다. 교수님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아서 학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즉시 다음 날 사의를 표했다 한다. 행정실에선 사직을 극구 만류를 했지만 이미 결심을 굳힌 교수님을 만류한 지 못했다. 졸지에 낙동강 오리알이 된 나와 학생들은 황당했다. 교수님의 열정 수업방식은 내가 따라가기 어려웠다. 특히 웹디자인과 온라인을 잘 모르는 나 같은 60대 학생들은 수업 진도를 따라가기 너무  어려워 교수님 카페의 수업 동영상을 보며 혼자 보충 수업을 해가며 어떻게든 버텨왔다. 그렇게 열심히 따

라왔는데 갑자기 그만 두신다니......

교수님에 관한 걱정은 잠시 나의 수업

걱정이 더 컸다. 우리 30명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떠나기 전까지 교수님은 3개월간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를 가르쳤고, 실무적으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팔 수 있는 디자인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특별히, 학기가 끝나기 전에 학생들이 쇼핑몰과 블로그를 운영해야한다며 자신의 사업을 어떻게 시작하는지를 열심히 가르쳐 주었다. 교수님의 자비로 구입한 프린터, 熱 프레스 기계, 부자재 등 실습을 위해 많은 기여와 노력을 하셨다. 11월엔 학생들 모두 포토샵

을  이용해서 캐리커처 머그컵,  디자인 티셔츠, 애완견 목걸이, 스마트폰 케이스 , 스마트폰 그립 톡, 작은 현수막, 명함, 로고 , 캐릭터 등을 초보 수준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다음 단계는 본인이 앞으로 주력으로 할 디자인 상품을 선택하여 더욱 정진, 완성도를 높인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며....  교수님은 그 외에 반제품, 업체 정보, 협력업체들의 소스를 아낌없이 제공해 줘서 제품 제작 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유관순 열사" 디자인 티셔츠>

 



떠나신 교수님이 더 좋은 곳에서 더 우수한 제자들을 양성하길 기원한다.


나는 남은 학기 동안 GTQ 1급 시험을 통과하고 일러스트 2급, 웹디자인 자체 제작 능력을 갖춰야 한다. 내년 1월 말까지 남은 학기에 분발해서 나름 소기의 성과를 이루고 다음 단계의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


    12월 초 새 교수님이 부임했다. 오랜 교수 경력을 가진 50대 여성 교수님이다.  어차피 전임교수님이 떠나신다면 새로 좋은 교수님 이 오길 바랐는데 수업 공백없이 바로 부임했다. 교수님은, 첫날엔 상견례와 출석 확인을 하고 수업 방식과 수업 내용을 개략적으로 설명했다. 다음 주부터 수업 계획대로 수업을 한단다.


교수님은, 우선 학생들의 단기 목표를 GTQ 시험 합격으로 하자며 자신이 알고 있는 GTQ에 관한 모든 지식을 여러분들에게 전수하겠으니 함께 노력해 보자고  당부한다. 다음 주부터 수업 계획에 따라 수업이 짜임새 있게 잘 진행되었다. 포토샵과 일러스트의 기초와 시험에 자주 쓰이는 디자인 기능에 대해 설명과 실습을 깊이 있게, 이해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거기다 시험의 깨알 비법도 알려 준다.

예를 들면 GTQ 시험에서는 색을 지정하면서 '123456'처럼 6자리 숫자로 기록한다. 그러면 수험생들은 그에 맞는 컬러 값을 포토샵 프로그램의 '컬러 피커'  메뉴에서 컬러 값 6자리를 입력해야 한다.  새 교수님 은 컬러 값  6자리는 '123456'처럼 제각기 다른 숫자 6개를 입력할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112233'식으로 되어 있다. 이런 경우는 같은 숫자는 한 번만 입력하면 되므로 '123'만 입력해서 소요 시간을 줄이라고 한다. 컬러 값은 한 과제마다 10개~15개 정도 나온다. 그러니 그깟 입력시간 몇 초 줄여봐야 별로 도움이 될까 싶었지만  학생 들은 좋아했다. 그동안 3개월 공부하면서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비트방식 컬러 값의 단축 입력을 알려줬기 때문이다. GTQ 시험에서 중요한 건 소요 시간이다. 1분 ~2분 시험 시간을 단축하면 과제 완성도

높이는데 도움이 되니 단축 입력 방식이 반갑지 않을 수 없다.  


 교수님은 명쾌하고 자신있게 가르쳐서 믿음이 간다,수업 기초를 다지며 하는 식 이라  내겐  맞는다. 우리과정 학생들 과제

돌러보니 포토샵과 일러스트의 기초공부 가 부족하다는 진단...


갑자기, 학생들에게 열정과 정감있으로 가르치던 '죽은 시인의 사회' 키팅선생이

떠오른다. 배움이 평생과제가 된 요즘,

그런 선생님은 어디 계실까?

 


<포토샵과 일러스트가 60대에게 좋은 이유 7가지>


1. 재미있고 몰입도 높다. 두 가지 프로그램 똑같이 집중을 요구해서 몰입도 높으며 도구를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오랜 기간 싫증 나지 않고 이 작업에 집중할 수 있다

2. 배울 때는 어디에 쓸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 다다르면 과제를 하면서 창조와 충만감을 느끼므로 정신 건강에 좋다.

3. 노트북이나 태블릿이 있으면 언제든지 시간 날 때마다 할 수 있다.

4. GTQ 등급, 컴퓨터 그래픽, 일러스트, 인디자인(인쇄 편집용), 동영상 등 할수록 더 높은 목표가 있어서 내게 맞게 나를 항상 시킨다.

5. 나이 들어 잃어가는 나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 스스로를 디자이너라고 여기게 될 시기가 곧 온다.

 명함도 디자이너 Simon Lee라고 만든다.

6. 꾸준히 하면서 약간의 스트레스받고, 재미도 느끼면서, 어느새 약간의 용돈을 벌 방법도 알게 된다.

7. 온라인 디지털 사업에 뜻을 둔 분은 작은 투자, 재고 없고 사무실 없는  사업이 가능하다.

  캐릭터 사업, 로고 사업, 굿즈 사업, 홈페이지와 쇼핑몰 제작 사업 등 그 외에도 엄청난 디자인 사업의 확장성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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