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시작한 웹콘텐츠디자인 과정이 내년 1월 말이면 끝난다. 반면 나의 포토샵 실력은 GTQ 2급 수준이며
일러스트레이터는 2급이 채 안된다. 디자인 과제 제작 수준으로 치면, 온라인에서 사용하는 포스터, 광고, 이벤트, 배너, 썸네일, 상품 상세 페이지, 사진 보정을 겨우 흉내 내는 수준이다. 상품화는 아직 한참 멀었다.
그래서 스스로가 참 한심하다는 생각과 이렇게 과정이 끝나면 배운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네이버 검색해서 포토샵과 일러스트 디자인을 가르치는 학원이나 '숨고'를 들어가 보면 보통 수업 기간이 한 달 또는 길어야 두 달 정도다. 그 기간에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의 기본 Tool을 습득하고 GTQ 1급 습득과 실무 디자인도 할 수 있다고 썰을 풀어놨다. 물론 광고성이지만 학생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완전 뻥은 아닌 것 같다.
지난 9월, 이 과정을 시작할 때만 해도 5개월 공부하면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웹 디자인은 실무를 할 수준은 되리란 기대를 가지고 출발했다. 그러나 이제는 기대는 희미해지고 교육과정이 끝나도 별무 성과일 것 같은 조급함과 불안이 커졌다. 뭐 GTQ 자격시험이야 2023년 1월에 응시하면 되지만 디자인을 배워 온라인몰을 제작 운영하고 노장년층에게 재능기부를 하리라는 나의 학습 목표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GTQ1급 과제>
그래서 교수님께 상담 신청했다.
"현재 제 수준은 교수님이 아시죠. 교육이 끝나면 웹에서 직접 디자인하며 포토샵과 일러스트를 가르치는 건 언감 생심이고 제 앞가림도 못할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 얼마나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합니까? "
" 포토샵과 일러스트, 웹디자인을 5개월 정도 공부해서는 뭔가 할 수 있는 수준이 안 돼요(정말 허탈해진다)
이 분야도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미대 4년 공부하고 회사 입사를 해도 다시 몇 년은 사수밑에서 욕먹어가며 배웁니다. 포토샵과 일러스트 두 가지 기본기술 배우는데 최소 일 년은 필요합니다. 여기는 5개월 과정이므로 정말 기본메뉴 사용법만 익히고 후속 공부는 본인이 숨고나 학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요"(휴~)
"제가 20년째 가르치고 있지만,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는 많은 걸 요구합니다. 디자인 시안을 제출해서 단번에 통과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내가 클라이언트일 때도 시안은 기본 서너 번은 퇴짜를 놓았는데 업보다)
더욱이 수업 외는 짬짬이 유튜브를 검색해서 과정 중 모르는 내용을 보며 이해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 외 좀 더 많은 시간을
들여 학습하지 못한 내 탓이 가장 컸다. 핑계지만, 저녁엔 가게일을 도와야 하니 복습할 시간이 정말 없었다. 거기다 전임 교수는 포토샵과 일러스트프로그램을 온라인몰 상품을 제작 판매하는 부분을 선별해서 가르
쳤다. 전혀 모르는 학생들에게 상품제작에 쓰일 프로그램 사용 위주로 가르치니 기초
공부가 부족했다. 새로 온 교수는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는 디자인을 하면 꼭 습득해야 할 기본 기술이라며 기초가 안 됐는데
시간이 없다며 걱정하셨다.
어떤 유투버는, 이런 수준은 디자인이라고 할 수 없고 툴러(Tooler)다,라고 했다.
집에 와서 답답한 내 심정을 글로 표현하는 사자성어를 찾다가 두 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徒勞無益(도로무익) 헛되이 애만 쓰고 아무런 이로움이 없다.
學如不及(학여불급) 학문은 뒤쫓아 가는 것 같아서 늘 미치지 못하니 분발하고 노력하라.
차마 도루묵이라고 하기엔 그동안 쏟은 노력
과 시간이 아까웠다. 힘들게 월~금까지 매일 7시간을 PC앞에 앉아 공부했는데 도루묵은 될 수 없다. 그 시간에 다른 과목을 배웠 더라면, 후회도 살짝 들었다.
미대교수로 있다 퇴직한 친구를 찾아가 이런저런 얘기하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친구는 웃으며 " 포토샵과 일러스트를 배우는 건 잘하는 거다. 창조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그러나 돈 벌거나 취업하는 건 쉽지 않다. 일류라는 우리 학교에서 매년 미대생 600명이 졸업한다. 그 아이들 중 시각 디자인학생들 취업하기쉽지 않다. 자네가 5개월 공부한 실력과 그 아이들 4년 배운 실력을 비교하면 아마 초등학생과 대학생 차이 날 거다. 그러니 조급히 여기지 말고 자네 혼자서 어느 정도 디자인 작업 할 수 있다고 평가할 때까지는 더 배워라. 너네 교수가 최소 1년은 배워야 된다는 말도 최소한의 기간이다".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2022 졸업전시회 출품작>
5개월 학습해도 이 수준이라면 언제까지 공부해야 최소 수준이라도 될까. 날로 먹을려는 내가 잘못일까. 이제 학습 의욕은 처음과 비교하면 너무 약해져 스스로 생각해도 걱정이다.
이번주부터 겨울 방학이다. 방학 때는 집 PC에 포토샵 프로그램을 깔고 열심히 연습해야지 작심했다. 그러나 워낙 지치고 나 자신의 학습 수준에 실망해서 학습의지도 소진됐다. 연습해야지 하면서도 몸은 좀처럼 PC앞으로 가지 않는다. 이틀 째 포토샵 프로그램 구매를 안 하고 빈둥거리고 있다.
사흘 째 집콕하다가 지난주 금요일 배운 HTML이 생각났다. HTML은 코딩이나 UI와는 급이 다르지만 홈페이지 구조를 만드는 필수 컴퓨터 언어라 한다. 강사가 재미있게 하려고 애쓰며 열정으로 가르쳤다. 나는 젊었을 때 저렇게 열정적으로 하지 못했는데 진심 열정이다.
강사는 내년 1월까지 4시간씩 총 7회 더 수업하면 여러분도 간단한 홈페이지 제작을 할 수 있다며 자신의 홈페이지를 보여준다.
HTML은 암호 같아 장벽이 내게 유난히 더 높아 보인다. 독일의 애니그마 암호를 해독한 앨런 튜링처럼 암호 해독해가며 공부해야 된다고 생각하니 아득하다. 지난주에 배운 html 학습 내용을 올려본다. 이게 암호지 글이냐 싶은데 요즘 컴퓨터 학원 광고를 보면 초등학생 대상 코딩 강좌도 있다. IT지식의 발전이 깜짝깜짝 놀랄만하다. 내 앞에 놓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