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은 일 년 중 유일하게 남편이 화를 안내는 날이다. 그는 1월 1일은 특별한 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번에 우리 가족은 2025년 마지막 날 강릉으로 여행을 갔다.
"이번에는 다 같이 해 뜰 때 같이 보자."
남편은 바다가 보이는 호텔로 예약을 했다. 저번에 강릉에 왔을 때는 침대가 좁고 이불도 없어서 남편은 잠을 잘 못 잤는데 이번에는 침대가 조금 더 큰 방으로 예약했다고 했다.
강릉을 가는 차 안에서 평소보다는 편안한 그의 얼굴을 보였다. 그는 보통 운전을 할 때 많이 예민한데 이번에는 말투나 표정이 그렇지 않았다. 나는 평소에는 남편이 시끄러운 것을 싫어해서 차 안에서 아이들과도 말을 잘하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는 끝말잇기를 했다. 여행의 첫 시작이 좋았다. 마음이 편안했다.
휴게소에 가자 그는 호두과자를 사 왔다. 호두과자를 만지자 아주 따뜻한 온기가 있었다. 이날 먹은 호두과자는 다른 날보다도 더 맛있었던 것 같다.
"아빠 귤 먹을래?"
"어."
첫째가 귤을 까서 아빠의 손에 쥐어줬다. 남편이 귤을 먹자 둘째 아이도 귤을 까서 준다. 아이들의 손은 바쁘다. 남편은 귤을 맛있게 먹었다. 그는 이번 여행에서 아이들에게 잘해주고 싶은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는 화를 안 낼 것 같다.
3년 전에는 여행을 갈 때마다 시댁 식구들이나 조카들과 함께 갔는데 지금은 우리 가족끼리만 가서 좋다. 남편은 예전에는 동생들과 조카들이 우선순위였던 사람이다. 나는 그 당시에 여행 갈 때마다 같이 가야 되는 일로 그와 매번 싸웠다. 지금은 우리 아이들이 우선순위라서 너무 좋다.
강릉에 도착해서 우리는 저녁메뉴를 정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뭐 먹고 싶어?"
라고 물어는 보지만 가는 곳은 항상 남편이 정한다. 나는 호텔 근처에 있는 식당을 말해줬는데 그는 맛집을 좋아하기 때문에 음식점을 더 열심히 찾는다. 멀리 가더라도 맛있고 저렴한 곳으로 간다.
저녁은 돼지갈비를 먹으러 갔다. 음식점을 갈 때는 택시를 불러서 갔다. 먼 곳인줄 알았는데 2분도 안돼서 도착했다.
"가깝네."
그는 오늘 기분이 좋은 것 같다. 이번 여행은 확실히 뭔가 다르다. 남편이 여행 중에 기분이 좋아 보이는 것은 오랜만이다. 우리에게 이렇게 편한 날이 언제였을까... 생각이 나지 않는다. 분명히 아주 오래됐다. 우리가 진작에 이렇게 편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편안함이 오늘뿐일 수도 있다. 내일은 아닐 수도 있다. 그는 1월 1일에 화를 안낸다.
호텔을 갈 때는 걸어서 갔다.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걸어보니 날씨는 춥고 아이들 걸음은 느리다. 아이들 얼굴이 빨개졌다. 나와 아이들은 손을 꼭 잡고 걸었다. 남편은 혼자 오고 싶은지 저 뒤에서 천천히 우리를 보면서 걸어온다. 뭔가 생각을 하면서 오는 것 같다.
"우리 오늘은 12시에 같이 카운트다운하자."
라고 말하던 남편은 호텔에 와서 먼저 잠이 들었다. 술을 마셔서 그런지 코를 엄청 곤다.
"아빠 너무 시끄러워."
아이들은 누워서 아빠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침 7시쯤 남편은 나와 아이들을 깨웠다.
"빨리 일어나. 이제 해가 떠. 여기서 보인다고."
남편은 겉옷을 입고 베란다로 나갔다. 바다가 한눈에 보였다.
"이것 때문에 여기 온 거야. 우리 해 뜨는 것 보고 올해 건강하게 살자."
갑자기 건강 이야기를 한다. 새해가 되니 그도 뭔가 결심을 한 것 같다.
해 뜨는 것을 이렇게 따뜻한 방에서 보게 돼서 좋았다.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는 예민한 그와 있을 생각에 걱정이 많이 됐지만 이번 여행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편안한 여행이 될 것 같다. 날씨는 춥지만 마음이 따뜻해졌다.
해 뜨는 것을 보며 올해에는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가족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새해에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그가 욕 안 하고 착하게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