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계약했어.”
남편은 갑자기 저녁에 이 말을 했다. 우리는 원래 내년 2월까지만 같이 살기로 했었다. 경제적인 문제로 아이들과 나는 친정집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다행히 친정 부모님이 우리를 받아주신다고 했었다.
하지만 최근에 그의 생각이 바뀌면서 우리는 다시 같이 살기로 했다. 이사 가는 곳은 지금 아파트보다 더 오래된 구축 아파트지만 함께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한테는 지금 아빠라는 존재가 아이들에게는 중요했다. 그는 아이들에게는 정말 좋은 아빠이다.
나는 3년 전부터 우리가 쓰는 생활비를 내가 벌어서 쓰고 있다. 경제적으로 힘든 그에게 이 모든 것을 책임지라고 할 수는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장보기는 남편에게 도움을 받고 있다.
다음날 남편은 퇴근을 하고 귤 두 상자를 사 왔다. 그는 마트에서 반값 할인을 좋아한다. 하지만 세일을 하는 이유가 있음에도 그는 할인제품을 사 온다. 한 번은 반값 세일이라고 사 왔는데 유통기한이 오늘까지 이거나 내일까지인 것을 사 왔다. 이날도 귤이 한 상자는 물러지고 말라버린 귤이 많았다.
“귤이 좀 많이 상했는데.”
그는 여전히 말이 없다. 내가 말을 걸어도 자신이 말하고 싶을 때만 말한다. 그와는 이렇게 대화한 지 오래되었다.
“귤 이거 바꿔야 할 것 같은데.”
그는 대꾸조차 하지 않는다. 한 시간 뒤에 나는 한 박스를 냉장고에 비닐을 싸서 보관했다. 사실 원래 있던 귤들도 아직 냉장고에 많았다. 요즘 그는 귤을 자주 사 온다. 그는 밖에 나와있는 나머지 귤 한 상자를 보더니
“밖에 내놔.”
“문 앞에?”
그는 또 내 말에 대답을 하지 않는다. 저번에는 현관 앞에 두라고 했어서 이번에도 그런가 해서 문을 열자
“그거를 왜 밖에 놔?”
그는 매번 생각이 다르다. 내가 문 안쪽에 놓으면 밖에 놓으라 하고 밖에 놓으면 안쪽에 놓으라 한다. 말이 매번 일관성이 없어서 항상 물어봐야 하는데 대답이 없다.
지나서 생각해 보니 남편은 그날 귤을 사 왔는데 그걸로 뭐라고 하는 것이 싫었던 것 같다. 그의 기분은 마트에서 귤을 바꾸고 나서 괜찮아진 것 같다.
그는 다음 주에 첫째 아이와 스키장을 가려고 여행을 계획했다. 일 년에 한 번은 스키장을 꼭 간다. 아직 갈려면 멀었는데도 벌써부터 혼자 준비를 하고 있다.
여행을 가고 나서는 가기 전과는 다르게 그는 좀 예민하고 조급하다. 가끔은 여행을 왜 가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에게 여행은 무슨 의미일까... 이번 가족 여행은 편안한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
올해는 남편을 이해해 보려는 노력을 했던 한 해였던 것 같다. 그리고 나를 챙기는 한 해이기도 했다. 힘든 일들이 있었지만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셨다. 잘할 수 있다고 응원해 준 분들도 많았다. 2025년도가 불행하지는 않았다. 아이들과는 잘 웃고 행복하게 살아보려고 노력한 한 해였으니 말이다.
2026년에는 우리 가족이 서로를 보듬어 줄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행복했음면 좋겠다. 걱정도 되지만 기대도 조금은 된다.
남편이 사 왔는데 표정이나 눈썹이 남편과 비슷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