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by 문엘리스

장롱 빈자리가 자꾸 눈에 들어온다. 그 자리에는 아이들 돌반지와 결혼 예물이 있던 자리였다. 올해 여름 어느 날, 남편은 출근을 하고 다시 집에 왔다. 그는 심각한 얼굴로 화장실에 갔다가 식탁에 앉았다.

“돌반지랑 결혼반지 갖다 줘. ”

그의 목소리는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처럼 보였다. 나는 장롱에 있던 돌반지와 결혼예물을 식탁 위에 올려놨다. 돌반지는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척들이 준 것이었다. 나에게는 소중한 것이었다. 나중에 아이들이 크면 주고 싶은 보물이었다.

그는 그것을 모두 쇼핑백에 담아서 나갔다. 나는 그가 나간 후 그 슬픔을 누르려고 했다. 이제는 울지 않을 때도 됐다고 생각했다. 약해져서는 안 됐다. 나는 울지 않으려고 했지만 눈에서는 이미 눈물이 나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이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도 그런 선택을 하기까지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난 결혼 예물을 한 번도 차고 나가본 적이 없다. 잃어버릴까 봐 집에서 보기만 했었다.

‘한번 해볼걸...’

자꾸 그날이 생각이 난다.


나는 작년에 급하게 취업을 했다. 나는 결혼 이후에 주부로 지냈고 돈 관리는 남편이 모두 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제 돈이 없었다. 안 되는 사업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버티면 다시 괜찮아질 거라고 했다.

3년 전 우리 가족은 우리 집에 살았다. 빌라였지만 우리 집이어서 자랑스러웠다. 우리 집은 아늑하고 편안한 보금자리였다. 그에게 집은 동생들과의 추억, 우리 가족들의 기억들이 있는 곳이었다. 그는 이런 집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자랑스러운 집을 잃었다. 그는 그때부터 다른 사람이 되었다.

집을 잃은 후부터 남편은 아침마다 싱크대 앞에서 혼자 욕을 했다. 그는 자신의 화를 그곳에 풀었다.


아이의 그림에는 아빠의 화난 모습만 그려졌다.

“아빠는 왜 맨날 화를 내?”

"아빠가 힘들어서 그래."

소중한 걸 잃어서...


남편은 한 달 전부터 퇴근할 때 양손 가득 먹을 것을 사 왔다. 현관에는 발을 디딜 곳이 없을 정도로 박스가 쌓여있다. 왜 이렇게 많은 택배를 시키는지는 알 수가 없다. 더 이상 냉장고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날은 사과박스가 배달된 날이었는데 그는 퇴근을 하자마자 사과가 몇개인지를 물어보았다. 하지만 나는 박스에 있는 사과를 세어보지 않았다.

그는 갑자기 화를 내며 그걸 모르면 어떡하냐고 화를 냈다. 대화가 되지 않았다.

나는 그와의 관계가 좋아질 수 있다고 노력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와의 대화는 잘 되지 않았다.


그는 안방 문을 닫고 혼자 침대에 앉아있다. 나는 저 문을 열고 그와 대화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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