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가족

by 문엘리스

나는 결혼을 하고 시누이의 아이들을 봐주었다. 우리는 여행을 가거나 외식을 할 때 조카 둘을 데리고 다녔다. 6살, 9살 남자아이를 본다는 게 쉽지 않았다.

나는 남편과 다른 것으로는 싸우지 않았는데 조카 보는 일로는 많이 다퉜다. 남편은 조카들의 아빠가 되어주고 싶다고 했다.

작년에 길을 가다가 둘째 조카를 만났는데 그 아이는 나를 보고도 그냥 지나쳤다. 그래서 나는 뛰어가서 그 아이를 불렀다. 6살 때 처음 보았던 조카가 벌써 중학생이 되어 있었다.

“학원 가야 해서요.”

가방을 멘 조카는 학원을 간다고 했다. 나를 못 봐서 그랬을 거라 생각했다. 나는 조카에게 다정하게 인사를 하고 손을 흔들었다. 그날 집에 오면서 많이 울었다. 그리고 일주일을 아팠다. 나도 그 아이에게 키운 정이라는 게 들었나 보다. 같이 있을 때는 몰랐는데 따로 지내니 그 아이가 눈에 밟혔다.

그날 이후로 나는 조카를 봐준 것이 억울하지 않았다. 예전에 조카 때문에 남편과 싸운 것들이 미안했다. 조카들은 둘 다 착하고 나에게도 잘해줬던 아이들이었다.

남편은 3년 전부터 시댁 식구들과 만나지 않는다. 집에서 동생들의 이야기를 꺼내면 불같이 화를 내서 이유를 물어보지는 못했다.

남편의 지금 모습을 보면 동생들을 챙기던 그때가 더 나아 보였다. 그에게는 동생들이 소중한 가족이었다.

남편에게 남아있는 사람은 이제 나와 아이들뿐이었다.


남자들은 우울감을 느끼면 화를 내고 욕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도 3년 전부터 욕을 매일 했다. 처음에는 그의 모습에 놀랐지만 그게 우울증의 한 증상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와의 대화를 피하게 된 것이 욕 때문이다.

그는 한 달 전부터 아이들 앞에서 욕을 안 하도록 노력했다. 그는 욕을 줄이면서 쇼핑중독에 빠졌다. 이것도 우울증의 한 증상이라고 아는 의사 선생님이 말씀해 주셨다. 그는 매일 소주를 한 병 마신다. 더 마실 때는 두 병을 마신다. 처음에는 술을 너무 마시는 것 같아서 뭐라고 하려다가 그냥 놔둔다. 그거라도 마셔야 그가 버틸 것 같았다. 요즘은 술과 담배에 대해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가 출근할 때

“잘 다녀와.”

이 말을 하기 시작했을 때 그는

“어.”

라고 대답을 했다. 아침 인사는 받아주는 것 같았다. 어떤 날은 대답도 안 하기도 하지만 전보다는 많이 나아진 것 같다.

그가 퇴근을 하고 나는 아이들과 저녁 식사를 할 때

“오늘 미역국이 진짜 맛있다. 그렇지?”

아이들도 그날 미역국 칭찬을 하며 밥을 맛있게 먹었다. 나는 용기를 내서 남편에게

“미역국 맛있는데 먹어볼래?”

“어.”

그는 내가 만든 미역국을 먹었다.


12월이 되었는데 갑자기 내 겨울 패딩의 자크가 망가졌다. 깨진 것이어서 교체를 해야 했다.

나는 수리를 하려고 매장에 알아보니 생각보다 비쌌다. 나는 패딩이 한 개밖에 없다. 고칠 때까지 얇은 코트를 입어야 했다.

며칠 뒤 집에 검은색 패딩이 도착했다. 남편이 산 것이었다. 결혼하고 처음 있는 일이었다. 원래 자기 옷은 사도 내 옷은 절대 안 사는 사람이다. 나는 패딩을 받고

“고마워. 옷이 잘 맞아.”

고마움의 표현을 했다.

“응.”

그와 조금은 대화가 된 것 같았다.


20251214_174016.jpg


이전 02화조용한 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