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부부

by 문엘리스

나는 3년 동안 남편과 대화를 하지 못했다. 그는 퇴근 후에 안방에 있는 침대에 누워있다.

나는 매일 저녁을 만들어서 식탁에 차린다. 식탁에는 저녁 식사가 차려져 있지만 그는 관심도 없다.

“저녁 먹자.”

나는 아이들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그가 들을 수 있게 큰 소리로 말한다. 하지만 그는 저녁밥에는 관심이 없다.

“밥 먹을 거지?”

라고 말을 거는 날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는 항상 이렇게 말한다.

“내가 알아서 먹을게.”

그는 내가 차린 밥을 먹지 않는다. 우리가 밥을 다 먹고 나면 그는 부엌에 들어온다. 냉동실에 있는 인스턴트 국을 꺼낸다.

김치찌개와 된장찌개가 냄비에 있었지만 그는 냉동된 국을 끓여 먹었다. 그는 식탁에 차려진 음식을 먹지 않았다.

그는 밥을 먹는 동안 식탁에 같이 앉아있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의 얼굴은 항상 화가 나있다. 무엇이 바쁜지 핸드폰만 보고 있다. 그의 웃는 얼굴을 언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같은 집에 살고 있지만 그와 나는 대화가 없다. 나는 이런 생활이 이상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는 이 상태가 더 편한 것 같이 보였다.

나는 그와의 정적이 불편했다.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숨이 막히기 시작했다. 나는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와 식탁에 앉아있는 것이 불편해서 그가 밥을 먹을 때면 아이의 방에 들어갔다. 그도 내가 없는 공간을 더 편하게 생각했다.

두 달 전에 다녀온 여행을 이후로 그는 아주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사실 지금도 왜 그 이후인지 모르겠다.

처음에 간 콘도는 평창에 있는 곳이었는데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는 곳이었다. 객실 안에는 1인용 침대가 두 개 있었는데 아이들이 누우니 어른이 누울 공간은 없었다. 침대가 한 사람이 눕기만 해도 꽉 차는 침대였다. 나는 그날 잠을 자지 못했다. 4명이 잘 수 있는 객실이 아니었다. 남편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밤에 나가서 들어오지 않았다.

우리는 여행 중에도 대화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만큼은 둘 다 다정하게 말했다. 우리는 아침에 강릉으로 향했다. 강릉에 있는 호텔은 평창의 호텔보다는 객실이 넓고 깨끗했다.

남편은 잠을 잘 못 자서 그런지 여행 내내 예민했다. 나는 이 여행이 재밌지 않았다. 그가 많이 불편하고 눈치가 보였다. 이 재미없는 여행을 다녀오고 남편은 아주 조금씩 바뀌었다. 분명히 여행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는데 말이다.


여행을 다녀오고 일주일 뒤에 남편은 아보카도 새우롤을 사 왔다. 그는 내가 앉은 식탁에 롤을 올려놓고는 아이들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아보카도 롤 먹자.”

남편은 아이들의 방문을 두드렸다. 그는 아보카도 새우롤을 주말 내내 사 오고 있다. 아이들은 아보카도를 안 좋아한다. 아보카도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방에서 나와 아보카도 롤을 보더니

“난 이거 싫어.”

라며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아이들은 초록색을 안 좋아하는 것 같다. 결국 아무도 먹지 않는 아보카도 새우롤은 내가 먹었다. 나는 아보카도를 좋아하기 때문에 맛있게 먹었다.

처음에는 이런 행동에 대해 나를 위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사 오는 것을 보니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여전히 내 앞에서는 말이 없다. 그를 보면 답답하다. 속이 터진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겠다. 아무리 말을 걸어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아보카도 새우롤을 보며 이게 나한테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나도 한번 노력해 볼까? 노력한다고 그가 바뀔까?'

그 당시에 나는 많이 혼란스러웠다.


그와 밥을 같이 먹고 싶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저녁을 먹으면서 아이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한다. 나는 이 시간이 좋다. 남편도 같은 식탁에서 편안하게 함께 밥을 먹었으면 좋겠다. 가족 모두가 식탁에서 밥을 먹으며 웃을 날이 빨리 찾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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