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3. 성진의 이야기

제가 말 들어주려고 출근한 건 아니고요.

by 강이생



성진은 회사에 일찍 도착해도 바로 사무실로 가지 않고 주변을 배회하다 5분 전에 들어간다. 이유는 출근하자마자 얘기를 시작하는 박대리 때문이다. 사실 요즘 회사에 일하러 오는 게 아니라 말을 들어주러 오는 것 같다. 단 5분이라도 덜 듣고싶은 성진이다.


" 내가 어저께 친구를 만났거든? 어떤 애냐면..... "

" 내가 주말에 친척집에 갔거든? 내 친척 중에 사업하는 애가 있는데... "

" 내가 정말 재밌는 거 봤잖아. 무슨 내용이냐면.... "

" 내가 조카가 있잖아? 걔가 오늘 유치원에서... "

" 내가 친구랑 한 대화내용인데 봐봐 진짜 웃겨 일로 와서 봐봐.... "

" 내가 친한 친구 중에 캐나다에 사는 애가 있는데 얘가 회사를 다니는데.... "

" 내 여자친구있잖아. 내가 무슨 일이 있었냐면... "

" 내가 옛날에 미국여행을 갔을 때 진짜 재밌었거든? 이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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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시작하면 멈출 줄 모르는 박대리의 잡담은 시작만하면 기본 15분을 넘긴다. 15동안 10번정도 하니까 합해서 하루에 150분이다. 성진은 매일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초반에는 맞장구도 치고 관련된 성진의 에피소드들도 함께 말했었지만 성진의 말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는 박대리를 보며 대화를 원하는 게 아닌 그냥 말을 하고 싶어 하는가 보다고 결정 내린 지도 몇 주가 지났다.


성진은 일이 바쁘지만 브레이크 없는 잡담의 폭주는 매일 반복되고 있다. 도대체 박대리는 일은 언제 하나 진지한 의문이 생긴다. 억지로 영혼 없는 리액션을 하고 있는 성진은 들으면 들을수록 집중력이 떨어지고 일을 할 에너지조차 여기에 쏟고 있다.


일에 몰입하려고 하면 말을 시키는 박대리 때문에 도저히 일을 못하겠다.


대화할 친구가 없나? 가족이랑 사이가 안좋아서 말을 안하나? 말 할데가 어디에도 없나? 여자친구랑 말이 안통하나?


성진의 머리는 복잡하다.

뭘 하러 출근했는지 싶다.

일을 하러 온 걸까 아니면 저 사람 얘기 들어주려고 온 걸까.


분명히 오늘은 박대리가 휴가인데

성진은 박대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환청이다.


성진은 생각했다.

“나 정신병원 가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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