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요? 제가요?
하윤의 하루는 만원 버스를 타고 시작된다.
출근하는 버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생각이 가득하다.
자리가 없어 서서 가서 다리가 아플 법도 하지만 머릿속엔 오직 한 생각뿐이다.
타 팀에 A팀장이 하윤의 팀으로 인사이동이 될 거라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 A팀장이 그 팀으로 간다던데 들었어? 하윤님이 고생하는 거지 뭐 "
그 말을 들은 순간 뇌가 멈춰버렸다.
함께 3년간 일했던 베테랑 팀장이 퇴사를 하며 공석이 되어버린 자리에 우리 팀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온다니 먹지도 않은 아침이 소화가 안 되는 기분이다.
인사이동 후 첫 미팅에서 하윤의 우려가 현실이 되었음을 보았다.
" 하윤님이 워낙 잘하니까 하윤님만 믿고 가려고 ~ 일은 하윤님이 다 안다고 배우라고 하던데? "
" 저요? 제가요? 저는 제 업무만 해봤는데요..? "
왜 이렇게만큼 다들 뻔뻔한 걸까.
뭐 회사에 돈이라도 빌렸나 진지하게 생각했다.
황당한 대화가 끝나자마자 업무분담을 통보받았다.
이건 조율이 아닌 말그대로 통보였다.
A팀장이 가져온 업무분장 종이에 하윤의 업무는 퇴사한 팀장의 업무가 그대로 써있었다.
더 한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퇴사한 팀장의 업무를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는데, 정말 팀장, 부장, 차장 그 누구도 모른다.
그 누구도.
하윤보다 10년은 더 일한 그들도 모르는 일을 왜 하윤이 안다고 생각할까?
하윤은 앞으로 새로운 팀장에게 적응하며 팀장에게 일을 가르쳐줘야 하는 현실을 부정하고만 싶다. 직급은 겨우 3년차 사원인 하윤은 벌써부터 현타가 오기 시작한다. 하윤보다 2배 더 높은 연봉을 받는 팀장의 사수가 되어 1부터 10까지 가르치고 심지어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니 이게 무슨 모순적인 상황인가.
하윤의 머릿속은 공간없이 빽빽하게 생각이 차있다.
다같이 미친것일까? 나한테 왜 이러는 걸까?
내가 일을 정말 잘해서 그러나?
잠깐 나 지금 가스라이팅 당하나?
아니 내 연봉이라도 올려줘야 하는거 아니야?
능력주의 그리고 경쟁을 싫어하던 하윤이지만 요즘만큼은 능력주의자가 되어버렸다.
직급과 연봉을 바꿔야 합리적인 거 아닌가라는 회사에서 일어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생각에 점점 빠져간다.
팀장은 팀의 장, 곧 이 팀을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사람 아닌가?
이전 팀장이 퇴사하며 인수인계과정을 떠올려보았다.
하윤은 업무에 대해 딱히 들은 내용이 없었기에
이미 무언가 합리적인 결정이 되어 진행되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 착각 그 자체였다.
아 참, 아마도 결정된 것은 있었을것이다.
' 모든 일은 하윤님이 알아서 할 거다. '
사수도 없는 일, 심지어 팀장이 하던 업무를 해야 하는 건 너무나도 큰 부담이었다.
게다가 새로운 팀장에게 일도 가르쳐주며 결재서명 하나 하지 않지만 모든 서류를 하나하나 검토해야 하는 이 황당한 상황을 누가 긍정적이게 생각할 수 있을까?
있는 동안은 마음을 고쳐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자꾸만 생각난다.
저 사람 연봉은 하윤의 연봉 2배라는 것.
퇴근길 버스에서 하윤의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다.
" 나 뭐 하고 있는 거지? "
사람인, 잡플래닛을 연달아 켜서 보았다.
그래. 도망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