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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일라 Jan 18. 2024

일본 고등학교 염탐 여행

나홀로 후쿠오카 여행기-5

후쿠오카 소도시 우키하를 여행할 때였다. 마을을 걸어 다니다 한 고등학교를 보았다. 학교 내부까지 들어갈 수는 없으니 학교 밖에서만 둘러보았다. 고등학교 운동장에는 야구장 그물과 대형 조명이 있었고 건너편으로 가면 수영장이 있었다. 대형 조명은 학생들이 밤에도 연습할 수 있도록 설치되어 있는 거 같았다. 이 모습을 보니 그동안 봤던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생각났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고등학교는 수영장도 있고 체육관도 시설이 잘 되어 있었는데 만화에서나 보여주는 모습이겠거니 하고 크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우리나라 만화 <궁>이나 드라마 <꽃보다 남자>  같이 판타지가 섞인 만화 속 모습이라고 생각했던 거다. 그런데 실제로 일본 고등학교에 수영장과 야구장이 있었다. 진짜로 수영장이 있을 줄이야!


그 순간, 갑자기 궁금해졌다. 모든 일본 고등학교에는 수영장이 있을까?


우키하에서 본 학교의 야구장. 일본 애니메이션 한 장면 같았다.
우키하에서 본 학교의 수영장.


여행마다 한 번씩 꽂히는 장소가 있다. 마트, 공원, 서점 등. 이번 일본 여행에서는 학교에 꽂혀 버렸다. 학교마다 수영장이 있는지 보고 싶어서 여행을 하는 동안 틈틈이 고등학교를 구경하러 갔다. 구글 맵에 'high school' 을 검색하여 내가 가려는 장소 인근에 있는 학교들을 찾아 놓고, 시간과 동선이 맞으면 들렀다가 갔다.


지금 알게 된 사실은 우키하에서 본 학교는 고등학교가 아니었다. 우키하 시립 미유키 초등학교였다.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고등학교라고 철썩 같이 믿고 돌아다녔다니! 웃기다.


시립 초등학교에 수영장, 야구장이 있다는 것에도 놀랐고 내 게으른 손가락이 또 한 건해서 더 놀랐다. 시설이 잘 되어있어서 막연하게 고등학교 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야구도 할 수 있고 수영도 할 수 있으니 초등학교 아이들에게는 정말 좋겠다.




칸기 초등학교(Kangi Elementary School).  그네와 철봉이 우리네 학교의 모습과 비슷하다.


히타에서 마메다마치 거리를 갈 때 초등학교를 발견했다. 여기는 우연히 본 곳이지만 일본의 학교니까 함께 적어 본다. 이거 제목을 일본의 고등학교가 아니라 각종 학교로 바꿔야 하나? 일단 수영장은 보이지 않는다.


일요일인데도 아이들이 학교에 연습을 하러 나왔다. 복장을 보니 야구 부원들 같다.




이제 진짜 고등학교다. 첫 번째로 간 학교는 히타 고등학교(Hita High School)다. 히타 고등학교의 운동장에는 야구장 그물이 있었고 옆에는 자전거 보관소가 넓게 있었다. 내부는 들어갈 수 없지만 외관은 우리가 생각하는 학교처럼 생겼다. 수영장은 보이지 않았다.


히타 고등학교(Hita High School).
좌) 자전거 보관소.  우) 운동장과 야구장 그물.


일본은 야구부가 많이 활성화되어 있나 보다. 나의 중학교 모교는 야구부가 있었는데 전국 대회 우승 후에 학교가 지원할 여건이 안 되어 폐부 되었었다. 내가 학교 다닐 때 폐부되는 모습을 봤던 터라 학교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건 본받을 만한 거 같다.




두 번째로 간 학교는 토인 고등학교(Tōin High School)다. 히타 고등학교보다는 운동장도 작고 학교 건물도 작았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수영장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도 자전거 보관소는 잘 되어 있고 운동장에는 그물 울타리가 있었다. 야구를 하기엔 운동장이 작은 거 같은데 축구할 때 공 넘어가지 않게 하려고 있는 건가?


그냥 지나가려고 했는데 소리가 들렸다. 일요일에도 학생들이 학교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는 것 같다. 초등학교도 그러더니 고등학교도 그러네? 일본은 체력 단련에 진심인 곳이구나.





세 번째로 후쿠오카 시내에 있는 오호리 고등학교(Ohori High School)에 갔다. 오호리 고등학교는 후쿠오카 대학 부속의 사립학교이며,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함께 있는 것 같다.


공원에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발견했다. 이 주변에는 오호리 중•고등학교 밖에 없어서 나와 같은 학교를 향해 가고 있는 것 같다.


사립학교답게 지금까지 본 건물 중에 제일 최신식 건물이었다. 학교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아침 등교시간이라 정문에 학생 주임 선생님과 선도부 같은 친구들이 서서 등교 지도를 하고 있었다. 학교 담장도 높아서 운동장이나 다른 시설을 볼 수 없었다. 저 멀리 보이는 학교의 모습에 만족해야만 했다.


학생들이 단추도 다 잠그고 매우 단정하게 교복을 입고 걸어가고 있다.


흥미로운 건 2023년에 학생 주임 선생님과 선도부가 있다는 것이다. 이게 얼마만이야. 요즘 친구들은 이 감성을 알까. 학교 다닐 때 기억을 더듬어보면 아이들은 학생 주임 선생님과 선도부의 복장 단속에 걸리지 않으면서 멋을 부리는 차림새를 끊임없이 연구했다. 교복 안에 티셔츠를 입고 등교 후에는 넥타이와 단추를 다 풀고 다니는 아이들도 있었고 여학생들은 교복 치마를 2개 사서 1개는 치마 기장을 줄여서 입고 다니기도 했다. 고등학교에 수영장이 있나 보려고 다녔을 뿐인데 선도부가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네.


그런데 어떻게 여기는 내가 학교 다닐 때처럼 복장을 다르게 연구한 친구가 한 명도 안 보이는 건가. 아침 등교 단속만 피하려고 단정하게 하고 가는 걸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다들 널널한 교복을 입고 있었다. 심지어 여학생들은 모두 단화를 신고 있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보았던 그 단화다. 가방은 그나마 개성이 있었다. 검정 색깔의 백팩이면 괜찮은 가 보다. 소재나 디자인이 달라 보이는 백팩을 메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 검정 색깔이었다.


고등학생들의 가방은 그나마 개성 있다고 느낀 건 길을 걷다가 우연히 초등학생들을 봤기 때문이다. 일본 초등학생들은 모두 같은 가방을 메고 있었다. 만화 <명탐정 코난>에서 코난과 어린이 탐정단 친구들이 메고 있는 그 가방이었다. 어떻게 모두 가죽 느낌의 빤딱빤딱한 재질로 된 ‘D ’ 모양으로 생긴 가방을 메고 있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일본의 통제하는 문화의 일부를 보는 거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명탐정 코난>은 90년대부터 시작했던 작품인데 지금까지 같은 디자인의 가방을 메고 있는 거다. 조심스럽지만 이렇게 자라면 개성을 발휘하기 힘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다시 본론으로 넘어와서 그래서 모든 일본 고등학교에는 수영장이 있을까?

히타에서 후쿠오카 시내로 갈 때 고속버스를 탔었는데 야외 수영장이 있는 학교 3곳을 보았다. 카메라로 찍을 틈도 없이 지나가서 눈으로 밖에 담을 수 없었지만 우키하에서 본 수영장처럼 생겼었다. 눈과 발로 뛰었으니 이제 손이 뛸 차례다. 찾아보니 일본은 생존 수영 수업을 위해 공립 초등학교의 80% 이상이 수영장이 있다고 하고, 고등학교의 50% 이상 수영장이 있다고 한다. 학교 옥상에 수영장이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내가 구경했던 학교들에 수영장이 숨겨져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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