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여행기-9
어릴 때부터 남의 집 가는 걸 참 좋아했다. 친구 집에 한번 가면 하루 종일 놀다 오는 일이 많았다. 한 번은 친구들끼리 친구 집에 다 같이 모여 파자마 파티를 하기로 하고 부모님께 허락을 구한 적이 있었는데, 부모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셨다. 외박이기도 했고, 자고 가는 것은 다른 집에 많은 폐를 끼친다는 이유로 허락하지 않으셨다. 그날 속상해서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친구 집에 놀러 가는 건 꾸준히 했다. 어쩜 그리 좋아했는지.
좋아했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다른 집을 구경하는 게 재밌어서 그랬던 것 같다. 대학생 때는 방학이 되면 한 번씩 모델 하우스를 보러 갔다. 나의 자의로 간 건 아니고 아빠가 같이 가자고 제안해서 몇 번 갔는데, 모델 하우스 구경 하는 게 재밌었다. 그 이후로 모델 하우스에 가자고 하면 군말 없이 따라나섰다. 그렇다고 내가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거나 뛰어난 눈썰미가 있는 건 아니다. 집 안의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이런 공간은 주로 어떻게 쓰는지, 어떤 물건을 놓는지 그런 걸 알아가는 게 재밌었던 거 같다.
네덜란드에는 1930년대에 만든 모델 하우스가 있다고 한다. 나는 건축물에 큰 감흥을 느끼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모델 하우스라는 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첨탑이나 궁전에는 묵묵부답인 심장이 모델 하우스에 반응하는 게 웃겼다. 심장이 반응하는 데 안 가 볼 수가 있나.
손네펠트 하우스(Sonneveld House)
손네펠트 하우스(Sonneveld House) 는 1930년대에 지어진 주택으로 네덜란드 기능주의 건축 스타일이 잘 나타나 있는 곳이다. 기능주의 건축은 불필요한 장식은 빼고 기능 중심의 디자인과 유리, 철강 등 현대적인 소재를 활용한다고 한다.
네덜란드 기능주의 건축이 최근 유행하는 미드센추리 모던(Mid-Century Modern) 스타일이라고 한다. 손네펠트 하우스를 직접 보니 침대, 책상, 의자 등의 철 소재 그대로 드러내어 보여주고, 다양한 색깔을 활용하여 집을 꾸미는 것 같다. 방마다 다양한 색깔로 꾸며서 계속 눈이 갔다. 인테리어에 대해 관심 없고 집 꾸밀 생각도 없는데 방들이 예뻐서 이렇게 저렇게 계속 사진을 찍었다. 웬만한 건축학도 보다 사진을 많이 찍었던 것 같다. 건축이나 미술을 공부하는 사람은 꼭 네덜란드를 와봐야 한다.
테라스를 통해 나갈 수도 있다. 손네펠트 하우스는 보이만스 수장고 근처에 있다. 테라스로 나가니 저 멀리 수장고가 보였다.
1층 출입구 반대편에는 작은 뒤뜰이 있었다. 모델하우스 인테리어에 너무 심취를 해서일까. 건물 외벽과 타일까지 예뻐 보였다.
큰 기대 없이 갔다가 정말 재밌게 구경했다. 역시 남의 집 구경은 재밌다.
☞ 네덜란드 뮤지엄 패스(pass) 를 이용하면 한 장의 입장권으로 5곳의 미술관을 관람할 수 있다. 로테르담에 있는 손네펠트 하우스(Sonneveld House) 도 뮤지엄 패스를 통해 입장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