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로드트립 여행기-5
우리의 뉴질랜드 남섬 여행은 퀸즈타운(Queenstown) 에서부터 시작하였다. 퀸즈타운 공항에 도착해 숙소에 들어서니 밤 10시가 다 되어 있었다. 시간이 대수냐. 오랜만에 모인 네 여자들의 수다는 끝날 줄 몰랐다. 그렇게 한참을 떠들다 다음 날 일정을 위해 모두 잠자리에 들었다. 첫 번째 일정은 퀸즈타운(Queenstown) 에서 와나카(Wanaka) 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퀸즈타운에서 와나카까지는 약 1시간 정도 걸린다.
크롬웰 체리 농장(Cheeki Cherries - Dam Good Fruit PYO Cherries)
퀸즈타운에서 와나카까지 이동하는 길에, 여름철에는 체리 농장에서 체리 수확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체리 농장에 들렀다. 우리가 갔던 체리 농장은 크롬웰(Cromwell) 이라는 지역에 있었다. 뉴질랜드도 호주처럼 영국식 지명이 쓰여있는 곳이 많다. 크롬웰(Cromwell) 은 17세기 영국 청교도 혁명 때 나오는 인물의 이름으로 익숙하였는데, 지역 이름으로 보니 반가웠다.
체리 농장은 구역이 나뉘어 있었고, 화이트 체리와 다크 체리를 딸 수 있었다. 우리는 둘씩 팀을 나누어 다른 종류의 체리를 따기로 했다. 나는 다크 체리를 땄다. 따다 보니 광기에 사로잡혀 체리를 한가득 따버렸다. 그런데 화이트 체리를 딴 친구들은 더 심했다. 역시, 이래서 우리가 친구인가 보다. 이미 땄으니 어쩔 수 없다. 계산대로 가기 전, 벌레 먹지 않은 체리들을 골라냈다. 농장 입구 근처에서 골라내다가 사장님 눈치가 보여서 다시 체리 나무들 사이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벌레 먹은 체리들은 땅으로 조용히 보내줬다. 체리 따기 체험은 바구니에 담긴 체리의 무게에 따라 돈을 내는 방식이다. 1kg에 19달러(NZD) 이다. 우리가 낸 금액은 약 8만원... 체리에 8만원이나 썼단 말인가! 이번 여행의 체리 지옥이 시작되었다.
체리를 다 딴 후, 차를 타고 와나카(Wanaka) 를 향해 갔다. 와나카에 가볼 만한 명소 중에 퍼즐링 월드(Puzzling World) 가 있다. 퍼즐링 월드는 미로, 착시 현상 등을 체험하는 곳이다. 처음에는 체험을 해볼까 하여 방문하였다가 다들 흥미가 떨어져서 입구에서 사진만 찍었다.
와나카 호수(Lake Wanaka) 와 와나카 트리(Wanaka Lake Tree)
숙소 체크인 시간까지 시간이 남아서 우리는 곧장 와나카 호수(Lake Wanaka) 로 갔다. 호수의 잔잔한 물결과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자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여기가 뉴질랜드인가? 꿈인가? 친구들과 함께 이 먼 곳까지 와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나무 아래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주변을 바라보았다. 아무 말 없이 친구들의 모습과 풍경을 함께 바라보며 어안이 벙벙한 지금을 즐기려고 했다.
와나카 호수에 왔으니 이곳의 명소라는 와나카 트리(Wanaka Lake Tree) 를 보러 가기로 했다. 구글 맵으로 찾아보니 우리가 있었던 곳에서 와나카 트리까지는 걸어서 15분 거리라고 나왔다. 이 정도면 충분히 걸을 만하다고 생각해 차를 두고 걸어가기로 했다. 호수 옆에는 공원이 이어져 있어 산책하거나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누구는 강아지와 뛰어놀고, 누구는 잔디 위에 돗자리를 펴고 누워 있었다. 평화로운 풍경들을 보며 길을 걷다 보니 문득, 지금 이 상황이 꿈이 아니고 현실이라는 게 확 다가왔다. 6년 전부터 친구들과 막연히 했던 말이 지금 이렇게 이루어졌구나. 가슴이 벅찼다.
그때, 한 마리의 보더콜리가 호수에서 신나게 수영을 하고 있었다. 보더콜리는 호수에서 나와 입에 나뭇가지를 물고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친구가 그 나뭇가지를 다시 호수로 던져주자, 그 순간부터 본격적인 놀이가 시작되었다.
보더콜리는 호수로 재빨리 풍덩 들어갔고 나뭇가지를 찾아 다시 친구에게 던져달라고 왔다.
그리고 또 한 번, 풍덩.
또 던져달라고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다시 친구에게 왔다.
"저 개는 보더콜리야. 큰일 났다. 안 끝난다 이거. 도망 가자."
서로 눈치를 본 우리는 슬쩍 뒷걸음질을 치며 그 자리를 서둘러 떠났다.
와나카 트리(Wanaka Lake Tree) 에 도착하자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와나카 트리(Wanaka Lake Tree) 는 호수 속에 외롭게 서 있는 나무 한 그루를 말한다. 인물 사진을 담기에는 사람들이 많아서 찍기가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속에서 살아 숨 쉬는 나무를 직접 보는 건 신기했다. 이런 특별한 모습을 내 눈으로 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이곳은 사진 명소로 알려진 곳이라 여기서는 경치를 여유롭게 즐기긴 힘들 것 같다.
와나카 라벤더 팜(Wanaka Lavender Farm)
다음 날, 우리는 테카포(Tekapo) 로 가기 전에 라벤더 농장에 가보기로 했다. 와나카에서 가볼 만한 또 다른 명소에는 라벤더 농장이 있다. 뉴질랜드의 여름인 12월부터 2월 사이에 라벤더를 볼 수 있다. 라벤더 밭과 주변의 산이 잘 어우러져 매우 아름답다. 여름에 뉴질랜드 남섬을 여행할 예정이라면 라벤더 농장을 함께 구경하면 좋을 것 같다.
라벤더 밭 구경을 마치고 다시 농장 입구로 오면 기념품 가게와 카페가 있다. 카페에서 라벤더 아이스크림과 차를 팔고 있다. 라벤더 향이 진해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