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그리스 로마 신화 책을 다시 읽었다. 어릴 적 만화책으로 읽었던 이야기를 글로 제대로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다 보니, 수많은 인물과 지명들이 얽혀 책의 내용이 머릿속에 뒤죽박죽 들어왔다. 최대한 쉽게 쓰여있는 책을 골라 읽었는데도 말이다.
책을 허투루 읽는 느낌이 들면서 책의 내용을 공책에 적기 시작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말 그대로 신들의 이야기이니 실제로 있던 일은 아닐 것이다. 처음에는 신화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공책에 적기 시작했지만, 점점 흥미로웠던 건 책에서 추정하는 역사적 배경과 해석이었다. 신화 속 세계와 실제 역사로 추정되는 부분들이 재밌었다.
책을 읽으며 실제 지도와 비교해 보니 그리스 말고도 튀르키예 지역까지 신화 속에 등장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한 축을 차지하는 트로이 전쟁이 이곳을 배경으로 한다. 그때부터 튀르키예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작년에 네덜란드와 오스트리아 여행을 준비하며 세계사 책을 읽게 되었고, 그때 튀르키예라는 나라가 한 번 더 눈에 들어왔다. 고대 시대의 로마 제국부터 오스만 제국으로 이어지는 긴 역사 속에서, 튀르키예는 로마 가톨릭 문화와 이슬람 문화가 함께 했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되자 튀르키예라는 나라를 가보고 싶어졌다.
까먹을까 봐 간략하게 남겨보는 튀르키예 역사
4세기, 지금의 튀르키예 지역은 로마의 땅이었다. 당시 로마 제국은 점차 동과 서로 분리되고 있었다. 330년, 콘스탄티누스 대제는 로마 제국의 수도를 기존 로마에서 오늘날의 이스탄불에 해당하는 지역인 '비잔티움'으로 옮기고, 도시 이름을 '콘스탄티노플'로 바꾸었다. 그래서 이스탄불로 수도가 옮겨진 로마 제국을 '비잔티움 제국'이라고도 하고, '동로마 제국'이라고도 한다. 이후 로마 제국은 공식적으로 동로마 제국과 서로마 제국으로 나뉘게 되며, 이 중 서로마 제국은 476년 멸망하게 된다.
1299년, 튀르키예의 서북부 지역에 오스만투르크족이 오스만 제국을 세운다. 오스만 제국은 점점 세력을 확장하면서 15세기에 이르러 세르비아, 보스니아, 그리스 등 발칸반도 땅 대부분을 정복한다. 그리고 마침내 1453년, 현재 튀르키예 땅에 있던 동로마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켰다. 이로써 1000년의 역사를 가졌던 동로마 제국은 사라지고, 오스만 제국은 400년 이상 강력한 세력을 유지하게 된다. 이 시기에 수도 콘스탄티노플은 오스만 제국의 수도가 되었으며, 훗날 '이스탄불'로 이름이 바뀌었다.
16세기 중반, 오스만 제국의 술레이만 1세 때 오스만 제국은 전성기를 누리게 된다. 오스만 제국은 동유럽의 헝가리 땅까지 정복했고, 아프리카 북부의 알제리와 이집트 지역과 서아시아의 이라크, 시리아 등의 지역까지 엄청난 규모의 영토를 지배하며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세 대륙에 걸친 제국을 이뤘다. 그러나 전성기 이후, 오스만 제국은 쇠퇴하기 시작한다.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유럽 열강과의 전쟁에서 패하면서 영토를 잃었고, 내부적으로도 정치적 혼란을 겪었다. 여기에 1차 세계대전 때 독일과 동맹을 맺고 참전했다가 패전국이 되면서, 이집트, 이라크, 시리아 등의 땅 대부분을 잃고 만다. 결국 오스만 제국은 오늘날의 튀르키예 지역의 영토만 남게 되었다. 1922년 오스만 제국은 술탄 제도를 없애며 개혁을 시도하였고, 1923년 튀르키예 공화국을 수립하였다. (김상훈의 『통 세계사 1, 2』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