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여행기-2
튀르키예의 수도는 동쪽에 위치한 도시 앙카라(Ankara)이다. 이스탄불(Istanbul)은 튀르키예 서쪽에 위치해 있으며, 국제공항이 있는 도시이다. 여행을 준비하기 전까지는 이스탄불이 튀르키예의 수도인 줄 알았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튀르키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도시가 이스탄불이다. 이스탄불은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교류하던 역사가 담겨있는 곳이다.
이스탄불은 바다를 기준으로 서쪽은 유럽 지구(European Side), 동쪽은 아시아 지구(Anatolian Side)로 불린다. 유럽 지구는 다시 갈라타 다리와 골든혼 바다(Golden Horn)를 기준으로 북쪽은 신시가지(Newtown), 남쪽은 구시가지(Oldtown)로 나뉜다. 이번 글에서는 이스탄불 구시가지(Oldtown) 이곳저곳을 담아보려 한다.
아야 소피아(Aya Sofia)
4세기, 튀르키예 땅은 로마 제국의 땅이었다. 그 당시 로마에서는 권력 다툼이 있었다.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정권을 잡으면서 흐트러진 로마 제국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330년, 그는 로마 제국의 수도를 로마에서 동쪽에 있는 오늘날의 이스탄불로 옮겼다. 그래서 이스탄불로 수도가 옮겨진 로마 제국을 이스탄불의 옛 이름인 '비잔티움'을 따서 '비잔티움 제국'이라고도 하고 '동로마 제국'이라고도 한다.
아야 소피아(Aya Sofia) 는 537년 동로마 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1세 황제에 의해 만들어진 성당이었다. 성 소피아 성당이라고도 불린다. 동로마 제국은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사망하자 점점 쇠퇴했지만, 1453년 오스만투르크의 등장까지 900년 넘게 명맥을 이어갔다. 그러다 15세기, 튀르키예 땅은 오스만 제국이 차지한다. 그리고 성 소피아 성당은 이슬람 예배당인 모스크로 바뀌었다. 튀르키예어로 모스크를 자미(Cami) 라고 부른다. 현재는 아야 소피아 자미로 불리며, 애잔한 역사의 흔적을 간직한 장소로 남아 있다.
아야 소피아는 관광객은 2층만 볼 수 있다. 1층은 이슬람교 예배당이 있고, 2층은 박물관으로 되어 있다. 2층 구석구석에 남은 역사의 흔적을 따라가 본다. 오디오 가이드가 없어도 입구에 QR 코드가 있다. 핸드폰으로 QR 코드를 스캔하면 아야 소피아 내부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성 소피아 성당의 성화를 가리기 위해 회색깔의 석회 반죽을 칠했다. 2층 내부의 벽 곳곳에는 회색으로 벽을 덮은 흔적들을 확인할 수 있다. 1층에는 알라와 무함마드를 찬양하는 아랍어가 쓰여있고, 이슬람교의 제단들이 보인다.
1920년 터키 공화국이 생길 때까지 오스만제국은 400년 이상 세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오스만 제국의 관용 정책에 있었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동로마 제국의 종교인 기독교에 대해 일정 부분 허용을 하며, 기존 건물들을 파괴하지 않았다. 성 소피아 성당 역시 없애지 않고 내부의 성화만 회반죽으로만 가렸다. 덕분에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성당이자 모스크인 아야소피아 안에 남아있다. 아야소피아에서 기독교와 이슬람교 문화가 함께 공존한 모습을 볼 수 있다.
1층에는 커다란 아랍어 글씨와 이슬람 사원의 모습이 보이지만, 2층에는 일부 성화들이 구석구석 남겨져 있다. 회반죽으로 가려진 성화들도 있지만 모자이크 형태로 보존된 성화들도 있었다.
☞ 아야소피아는 1층은 이슬람 사원, 2층은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모스크이다. 모스크에 입장할 때에는 여자는 스카프나 목도리로 머리를 가려야 한다. 스카프가 없으면 후드를 써도 된다.
☞ 아야 소피아 입장료는 25유로(약 4만 원)이다. 문제는 입장권이 수시로 금액이 달라지고, 비싸지고 있어서 여행할 때 함께 고려해야 할 것 같다.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Sultanahmet Camii)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Sultanahmet Camii) 는 아야 소피아(Aya Sofia) 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오스만 제국의 14대 술탄 아흐메트 1세는 이스탄불 시내에 아야 소피아 보다 크고 웅장한 모스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이 모스크를 세웠다. 그의 이름을 따서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로 이름이 붙여졌으며, 덕분에 오늘날 관광객에게는 걸어서 여행하기 편한 구시가지가 되었다.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는 푸른색 타일을 돔에 붙이고, 내부는 스테인드 글라스로 장식하였다. 아야 소피아의 영향을 받아 비잔티움 건축 양식과 오스만 제국의 건축 양식이 결합하여, 8년 간의 공사 끝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외관의 푸른 모습을 따서 블루 모스크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술탄 아흐마트 모스크의 내부에는 약 21,000장의 이즈니크 타일이 붙어 있고, 200여 개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사용되었다. 튀르키예 이즈니크 지역의 푸른색 타일은 오스만 제국의 전성기 때 궁전 내부와 모스크 등 건축물의 내부 장식에 주로 쓰였으며, 이 타일에는 아라베스크라는 독특한 문양이 새겨져 있다. 이슬람교에서 푸른색은 신성한 색깔로 여겨진다. 이즈니크 타일의 푸른색은 모스크 내부를 푸른빛을 통해 성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지게 만든다.
☞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는 입장료가 없다. 무료이다. 모스크에 입장할 때, 여자는 스카프나 목도리로 머리를 가려야 한다. 스카프가 없으면 후드를 써도 된다.
톱카프 궁전(Topkapı Sarayı Müzesi)
오스만 제국의 7대 술탄 메흐메트 2세는 국정을 위한 새로운 궁전을 짓고자 했다.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안전한 위치를 찾아 지금의 톱카프 궁전을 지었다. 원래 이곳에는 대포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대포를 뜻하는 '톱'과 문이라는 뜻의 '카프'를 합쳐서 궁전의 이름을 지었다. 톱카프 궁전을 가면 오스만 제국의 왕실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야 소피아와 바로 이어져 있어서 함께 구경하면 좋을 것 같다.
톱카프 궁전은 이스탄불 신시가지에 돌마바흐체 궁전이 지어질 때까지 300년 이상 오스만 제국의 왕실 사람들이 생활하고 국정을 돌보던 곳이다. 현재 톱카프 궁전에는 당시 건물과 시대의 모습이 박물관으로 전시되어 있다. 오스만 제국의 의복과 장신구, 책, 무기 등이 전시되어 있다. 궁전이 매우 넓어서 일정을 길게 잡고 와야 할 거 같다.
☞ 아야 소피아,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 톱카프 궁전 모두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매우 가깝게 위치해 있다. 톱카프 궁전은 궁전이 넓어서 일정을 길게 잡고 와야 할 거 같다.
☞ 톱카프 궁전의 입장료는 외국인은 2000리라(약 7만 원)이다. 문제는 입장권이 수시로 금액이 달라지고, 비싸지고 있어서 여행할 때 함께 고려해야 할 것 같다.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Istanbul arkeoloji Müzesi)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는 박물관이다. 톱카프 궁전(Topkapı Sarayı Müzesi) 옆에 위치해 있어 함께 방문하기 좋다. 튀르키예에서는 테러의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공항 출입구와 주요 관광지 주변에서 보안 검색대를 자주 볼 수 있다. 아야 소피아에서 톱카프 궁전으로 가는 길에도 보안 검색대가 있고, 톱카프 궁전 입구에서 아래쪽 길을 따라가면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이 있는데 이 길에도 보안 검색대가 있다. 길을 지나가려면 보안 검색대에 소지품을 올리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조각상들이 있다. 조각만 보고 어떤 신인지 맞추기는 어려웠지만, 익숙한 이름들이 나오니 반갑고 재밌었다. 고대 유물이라 조각상들이 세월의 풍파를 많이 맞았다. 팔, 다리가 없는 건 기본이고 얼굴이 없는 조각상도 많아 마음이 아팠다.
신화 속 인물들 외에도 고대 시대 인물들의 조각상도 있었다. 황제, 판사 등이 있었고, 클레오 파트라 조각상도 있었다. 클레오 파트라가 조각상이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었구나. 조각상 외에도 고대 그리스, 로마, 비잔티움 제국의 그릇, 장식들이 전시되어 있다. 청동기, 철기 시대에 따라 변하는 생활 모습들이 인류의 발전을 보는 거 같았다.
☞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 입장료는 15유로(약 2만 4천 원)이다.
☞ 튀르키예에서는 테러의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공항 출입구와 주요 관광지 주변에서 보안 검색대를 자주 볼 수 있다.
이스탄불 철도 박물관(İstanbul Demiryolu Müzesi)
1889년, 프랑스 파리에서 튀르키예 이스탄불까지 유럽을 횡단하는 최초의 기차가 생겼다. 유럽을 처음으로 횡단했던 이 기차가 바로 오리엔트 특급열차이다. 하지만 2009년, 기존의 오리엔트 특급열차는 운행을 중단하였다. 오리엔트 특급열차의 마지막 종착지가 이스탄불의 시르케지 역(Sirkeci)이었다. 의미 있는 장소인 시르케지 역(Sirkeci) 안에 이스탄불 철도 박물관이 있다. 이곳에는 오리엔트 특급열차와 관련된 모습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실 박물관이라고 하기엔 규모가 매우 작다. 오리엔트 특급열차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에 등장한다. 나는 이 소설을 재밌게 봐서 어떻게 생긴 곳인가 궁금해서 가봤다.
열차 승강장을 등지고 서면 철도 박물관의 입구가 보인다. 별다른 이정표나 간판이 없어서 여기가 맞나 싶었다. 그 정도로 박물관이라기엔 규모가 많이 작다. 이곳은 나처럼 오리엔트 특급열차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에게만 추천한다.
☞ 이스탄불 철도 박물관은 박물관이라기엔 규모가 많이 작다. 나처럼 오리엔트 특급열차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에게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