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 여당의 당대표까지 지낸 모 정치인이 화제다.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돈 봉투를 돌렸다는 것이다. 진영론에 입각해서 보면 이 사건 역시 잘못은 50%에 지나지 않는 것이 된다. 야당에서는 정부 여당이 무도한 검찰을 앞세워 일종의 정치탄압을 하고 있다고, 그러니 억울하다고, 더 나아가 죄가 없다고 항변하니, 많이 잡아봐야 죄는 50%에 지나지 않게 된다는 말이다.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그의 언행을 비호하는 정치인들의 발언을 문제삼고 싶은 것이다. 동료가 위험에 처했으니, 어떻게든 변명을 해주고 두호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그를 “통큰 정치인” 혹은 “물욕이 없는 정치인” 또는 “학구열이 높은 정치인”이라고 하는 말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아니 그건 인정할 수 없다.
통이 크다는 말은 사람의 도량이나 씀씀이가 훌륭하다는 말이다. 적든 많든 돈 봉투를 돌려 당선을 도모한 자에게 할 말은 아니다. 물욕이 없다는 말은 재물을 탐내는 마음이 없다는 말인데, 여기서 ‘재물’은 돈이나 그 밖의 값나가는 모든 물건을 말할 뿐 아니라 절도, 강도, 사기, 횡령 따위의 재산 범죄의 대상이 되는 물건을 통칭하는 말이다. 역시 본 봉투의 장본인에게 헌정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학구열은 학문 연구에 대한 정열을 말할 텐데, 그것은 무엇보다도 독서나 성찰로부터 생겨나는 것이다. 독서와 성찰에 열중하는 자가 돈 봉투를 돌릴 생각을 하거나 그것을 알면서도 묵인했다면, 그 독서와 성찰이 도대체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이것은 정치적인 발언이 아니다. 최소한의 합리성 같은 것은 좀 고려하면서 말을 하고, 찬반이 아니라 그 말의 타당성 같은 것을 염두에 두면서 거기에 반응을 보이자는 것이다.
덧. 기대난망한 일이기는 하지만, 제대로 된 사죄 같은 것은 듣고 본 적이 도대체 언제이던가. 있기나 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