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사(事其事)와 사기사(詐欺師)

by 진경환


판소리 《춘향가》에서 수청을 들지 않는 춘향이 변학도에게 곤장을 맞으면서 절규하는 대목인 〈십장가(十杖歌)〉에서 네 번째 곤장 부분이다.


사자 낱을 딱 붙여노니, “사대부 사또님이 사개사를 모르시오. 사지를 쫙쫙 찢어 사대문으 걸쳤어도 가망 없고 무가내요.”


'사'자 운을 잘 맞춘 이 구절에서 “사개사”라고 한 것은 “사기사(事其事)”를 말한다. “일을 일대로 정당하고 올바르게 함”을 말한다.


“일”은 물론 공적인 일일 테다. 사또 신분을 이용해서 제 욕심을 채우려고 정사를 해서야 되겠느냐는 꾸짖음이다.


일을 일대로 처리하고 거기에 사적인 욕심을 개입시키지 말라는 말은 “선공후사(先公後私)”와 비슷한 의미다. 너절하고 추악한 것들의 장기와 특기는 “선사후공(先私後公)”이다. 사적인 이해를 실현하기 위해 공적인 것을 이용해 먹는 짓이다.


그런데 더욱 추악한 것은 몸으로는 선사후공을 일삼으면서도 입만 열면 선공후사를 역설하는 짓거리다. 그것으로 부족해서 사상과 철학을 그럴싸하게 덧씌우는 것보다 더 더럽고 비루한 짓은 없다.


덧. 남을 속여 잇속을 챙기는 사기꾼을 한자로는 “사기사(詐欺師)”라고 한다. “사기사(事其事)”를 짓밟는 것들이야말로 “사기사(詐欺師)”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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