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불언 자하성혜(桃李不言, 下自成蹊)

by 진경환


‘복사꽃과 오얏꽃은 말이 없어도, 그 아래에는 저절로 길이 생긴다’는 말이다.


이 말은 원래 사마천이 『사기』 「열전」에서 전한(前漢)의 장군 이광(李廣)을 칭송하면서 인용한 당시의 속담이다. 이광은 무엇보다도 부하들을 사랑한 사람이었다. 사마천은 “비록 사소한 것이지만 큰 도리를 설명하는 데 비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이 속담을 인용하였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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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책에 이르기를 “자신의 몸가짐이 바르면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시행되며, 자신의 몸가짐이 바르지 않으면 명령을 내려도 따르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는 이장군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내가 이장군을 본 적이 있는데, 성실하고 순박하기가 시골 사람 같았으며, 말도 잘 하지 못하였다. 그가 죽었을 때, 천하의 사람들은 그를 알건 모르건 모두 그를 위해서 애통해 하였다. 그의 충실한 마음이 진실로 사대부들에 의해서 믿어졌던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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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와 격조를 사랑하는 분들의 댁 거실에서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라는, 표구된 서예 작품 흔히 보게 된다.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랂다는 말이다. 공자의 이 말씀은 대단히 직설적이다.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자신이 덕이 부족한 것을 알라’는 준엄한 가르침에 사뭇 옷깃을 여미게 된다. 그러나 대개의 아포리즘이 그렇듯, 나로서는 그다지 큰 울림을 느끼지는 못한다. 부족해서 일 것이다.


그런데 같은 말이지만, ‘桃李不言, 下自成蹊’는 얼마나 함축적인가. ‘복사꽃과 오얏꽃은 말이 없어도, 그 아래에는 저절로 길이 생긴다’라고 직역은 했지만, 이렇게 산문으로 번역해 놓으면 무언가 중요한 것을 빠뜨린 것 같은 기분을 갖게 된다. 시재(詩才)가 부족한 나로서는 필설로 표현하기 어렵다. 길 떠난 탕아가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와 안기는 어머니의 따뜻한 품 같은 그 나무 아래 언저리를 무어라 표현해 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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