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固窮)

by 진경환


자로가 “군자도 곤궁에 빠질 때가 있습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군자는 곤궁이 닥치면 견딘다.”고 대답했다. 군자고궁(君子固窮)이다. 연전에 나는 이 구절에 대해 이렇게 끄적여 본 적이 있다. “고궁, 곧 곤궁을 견디는 것은 대단히 소중한, 인간정신의 하나이다. 잠시 배고픈 것을 참지 못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결국 비참한 종말을 맞이해서야 쓰겠는가. 그런데 도연명의 고궁지절(固窮之節)은 연모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삶의 전범으로 삼을 수는 없다.”


《논어》에서 말하는 ‘궁(窮)’은 구체적으로 양식(糧食)의 경우이다. 그러나 4.19 때 보수주의자 조지훈이 ‘소인기(少忍飢)’, 곧 배고픈 걸 조금 참으라고 했을 때, 그 배고픔은 단지 양식만은 아닐 것이다.


“참아야 하느니라”는 개그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도저히 참기 어려운 상황을 그렇게 놀려댄 말일 게다. 이제 나이가 좀 드니 참아야 한다는 생각이 부쩍 든다. 군자가 아니니 견디기는 어렵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좀 참아 봐야 한다.


참음은

(김수영)


참음은 어제를 생각하게 하고

어제의 얼음을 생각하게 하고

새로 확장된 서울특별시 동남단 논두렁에

어는 막막한 얼음을 생각하게 하고

그리로 전근을 한 국민학교 선생을 생각하게 하고

그들이 돌아오는 길에 주막거리에서 쉬는 十분 동안의

지루한 정차를 생각하게 하고

그 주막거리의 이름이 말죽거리라는 것까지도

무료하게 생각하게 하고


奇蹟을 기적으로 울리게 한다

죽은 기적을 산 기적으로 울리게 한다

(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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