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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Jul 13. 2023

‘나’라는 자

장유(張維, 1587~1638)


생김새는 형편없고 / 支離兮其形貌

생각도 찌질하다만 / 錯莫兮其神鋒

세상 밖 노닐면서 / 優游乎事物之外

잘 살아가고 있네 / 栖息乎藥餌之中

하늘이 내 고달픈 삶을 불쌍히 여겨 / 天豈閔余之勞生

늙기도 전에 편히 쉬게 고질병을 주었지 / 未老而佚我以沈痾

밝은 창 따순 집에 향불 하나 피워 놓고 / 明窓煖屋兮香一炷

아침 죽 저녁 밥 그럭저럭 산다네 / 早粥晚飯兮度生涯

신선도 천당도 내 바라지 않고 / 海山兜率兮非所慕

강물이 흐리든 맑든 상관치 않지 / 淸濟濁河兮休管他

하늘이  부르거든 가면 되는데 / 淹速去來兮符到奉行

조물주라고 나를 어찌 하겠는가 / 造物小兒兮於我何


장유의 시가 성큼 다가오는 날이다.

이 시의 원제는 “지리자 자찬(支離子自贊)”인데, 임의로 저렇게 붙였고, 시도 내멋대로 마구 옮겨보았다.


지리자는, 장유가 《장자(莊子)》의 〈인간세(人間世)〉에 나오는 꼽추 지리소(支離疏)를 흉내 내어 붙인 자호이다. 지리소는 “턱이 배꼽 아래 숨었고, 어깨가 정수리보다 높으며, 상투는 하늘을 가리키고, 오장은 척추 위에 달렸으며, 넓적다리는 겨드랑이에 달린 불구자이다.” 장유는 자신을 볼품없는 자라고 낮추어 말한 것인데, 청명 선생에 따르면 “주자학의 지리성(支離性)을 비판하면서” 붙인 자호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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