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같은 혀

by 진경환

서형수(徐逈修, 1725~1779)의 시를 보니, 이런 구절이 나온다. "하늘이 네 혀를 감시하고 있다(上天監女舌如箕)". 남을 비방하는 등의 나쁜 말을 하는지 하늘이 감시한다는 뜻이다.


‘혀’라고 풀었지만, 정확히는 ‘설여기(舌如箕)’이다. 혀를 키[箕]에 빗댄 것이다. 곡식을 까부를 때 쓰는 키의 밑바닥 모양이 혀와 유사하기 때문에 대개 그런 비유가 생겨났다.


그런데 그건 단지 모양만 가지고 말한 게 아니라 동시에 '까부르다'라는 키질을 반영한 말인 것 같다. 예전에 곡식의 뉘나 돌멩이를 고를 때, 키에 곡식을 올려놓고 위아래로 흔들어 잡물(雜物)을 날려보냈다. 그렇게 키질을 하는 것을 ‘까부르다’고 했는데 여기서 ‘까불다’라는 말이 생겨났다. 철없이 경망하게 행동하는 사람을 일러 흔히 ‘까불이’라고도 한다.


요컨대 '설여기(舌如箕)'는 입만 열면 남을 비방해대면서 혀를 촐랑댄다는 말로 풀이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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