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이 열하를 여행할 때의 이야기다. 동행 중 정군은 중국어에 특히 약할 뿐 아니라 이도 많이 빠져 계란을 기름에 볶은 '초란(炒卵)'만 먹었다. 어딜 가든 서툰 발음으로 '초란, 초란' 안달을 냈다. 그걸 보고 연암은 그를 '초란公'이라 불렀다. 그러면서 '초란은 광대놀음에 나오는 초라니다'라는 얘기를 덧붙였다.
만일 연암이 정군을 그냥 '초란+이'라 했으면, 정군은 경박하게 방정을 떠는 '초라니'를 떠올리면서 발끈 화를 냈을 것이다. 그런데 연암은 정군을 '초란공'이라 했다. 그걸 들은 정군은 아마 기분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소리장도(笑裏藏刀). 겉으로는 웃으면서 속으로는 음험한 생각을 품고 남을 해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나는 약간 틀어서 '좋지 않은 마음을 품었더라도 일단 여유를 가지고 웃음을 지어 보자'는 뜻으로 읽는다. 그게 바로 움베르트 에코가 말한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일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