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분

by 진경환

어머니는 화분을 꽃분이라 하셨다. 어릴 적엔, (서울 마포 신수동이어서) 못 믿겠지만 마당에서 무화과도 따먹었다. 키 큰 고무나무는 우리 집의 상징이었다. 동네 할아버지를 놀리고 도망쳐 들어온 집 안방 창문 아래 가지런히 놓인 꽃분들 뒤에 숨었다가 들켜 오줌을 지린 기억도 난다.


훗날 아파트에 사실 때도 베란다에는 늘 꽃분으로 우거졌었다. 겨울에도 커다란 감귤(?)이 열릴 정도였다. 홀로 되신 후에도, 그 수가 대폭 줄기는 했지만 베란다에 십여 종의 꽃분을 가꾸셨다. 겨울이면 내가 두꺼운 비닐로 움막을 만들어 드렸다.(고 말하지만 내가 가고 난 다음 어머니가 다시 꼼꼼히 손질을 하신 걸 알고 있다.)


지금 내가 사는 집에는 꽃분이 딱 하나가 있다. 어머니 생전에 동생이 사다 드린 천리향이다. 거의 방치하다시피 하지만 그래도 아직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


각설. 나는 어머니 덕분에 어려서부터 수선화를 좋아했다. 그 가냘픈 줄기에서 어쩌면 그리도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지 늘 경이로웠다. 항상 하는 생각이지만, 연구실에 수선화 꽃분을 하나 가져다 놓자 하고 생각만 하고 보낸 지 어언 20년이다. 내일은 꽃분 가게에 들러 수선화 꽃분을 꼭 사서 연구실에 두리라.


덧. 수선화가 여의치 않으면, 생전 처음으로 선물을 해 본 안개꽃에 둘러싸인 프리지아를 사다 365일 비어 있는 커다란 유리 꽃병에 꽂아 둘 것이다.


덧. 수선화가 여의치 않으면, 생전 처음으로 선물을 해 본 안개꽃에 둘러싸인 프리지아를 사다 365일 비어 있는 커다란 유리 꽃병에 꽂아 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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