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얼 자패(子佩) 유금(柳琴, 1741~1788)은 유득공의 작은 아버지지로 서얼이던 이덕무와는 동갑의 절친이었고, 아홉 살 어린 박제가와도 친구로 지냈다. 그 모임의 중심에 연암 박지원이 있었다.
유금의 시집 제목은 ‘양환집(蜋丸集)'이다. '말똥구슬'. '양'은 말똥구리, '환'은 그 말똥구리가 굴리는 말똥이다. 제목을 이렇게 붙인 이유가 <연암집>에 보인다.
【말똥구리는 제가 굴리는 말똥을 사랑하므로 용의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고, 용 또한 자기에게 여의주가 있다 하여 말똥구리를 비웃지 않는다네. 자패가 내 이야기를 듣고는 기뻐하며, “말똥구슬이라는 말은 제 시에 어울리는 말이군요.”라고 하고는 마침내 그의 시집 이름을 ‘말똥구슬’이라 했다.】
제목을 이렇게 짓는다는 것은 요즘으로서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연암그룹, 보면 볼수록 대단하다.
유금의 이름은 '연(璉)'이었는데 거문고를 너무 좋아해 스스로 '금(琴)'으로 고쳤다. 요즘 식으로 하면 에릭 클립튼 같은 기타리스트였을까?
이 밤 그의 시집을 뒤적이다가 "사람들 모두 이리 악착스러우니 / 세상 보고 한 번 웃노라(人心皆齷齪, 世事一呵呵)"에 멈추어 섰다.
덧. '가(呵)'에는 '꾸짖다'는 뜻도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