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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Dec 26. 2023

Sati, Mindfulness, 마음챙김


각묵 스님이 1600년 전 구마라즙 번역본과 현장법사 번역본을 산스크리트 원문과 상세히 비교해 펴낸 <금강경 역해>(불광출판사, 2001)를 열독한 적이 있었다. 걷잡을 수 없이 부유(浮遊)하던, 쓸쓸하고 아프던 시절이다.


그때 나를 사로잡은 말은 “산냐”, 곧 상()과 "사티", 곧 염()이었다. 이 중에서 사티를 각묵스님은 “마음챙김”이라 옮겼다. 적실한 번역인 듯하다.


중년 이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비참을 경험하고 거기서 기어이 뚫고나온 장현갑 선생의 기록 <심리학자의 인생실험실>(불광출판사, 2017)에서도 “마음챙김”이 나온다. 영미권에서 쓰는 mindfulness를 그렇게 풀이한 모양이다.


장선생님은 미국의 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을 우리 실정에 맞게 고쳐 K-MBSR을 창안했다는데, 그 수련의 요체는 이렇다.  


우리에게 고통을 주는 번뇌는 마음이 속절없이 방황하는 상태다. 그러니 한 곳에 집중시키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 핵심은 “지금”, “이곳”에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아두고 달래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마치 원귀들이 나대면서 사람들에게 해코지를 하듯, 과거로 달려가 불쾌한 기억을 끄집어 오거나, 미래로 달려가 있지도 않은 것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히게 된다.


“안의 것이 다 무너지고 있는” 이때 할 일은 이것뿐일 듯. 오직 지금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하나씩만 해내고,  한 눈금만 더 나아가 보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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