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선생이다'라고 한 황현산의 말을 아직도 가슴 한켠에 보듬고 살고 있다.
겨울밤 두 밤을 떠올린다.
앙드레 지드는 <땅의 양식>(1926) 어느 곳에서 "자기도 모를 사랑을 기다리는 밤들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또 다른 곳에서는 "잠을 이루지 못하던 밤들이 있다. 엄청난 기대들이 있었다 --- 팔다리는 마치 사랑 때문에 구부러진 듯이 지쳐가지고, 부질없이 내가 잠을 청하던 침대 위에서 --- 무엇을 기다리는지도 모르기 일쑤이던 기대들이, 그래서 때로는 육신의 쾌락 저편에서, 더욱 감추어진 제2의 쾌락 같은 것을 내가 찾는 수도 있었다."라고도 했다.
김수영은 <밤>에 대해 이렇게 노래했다.
不正한 마음아
밤이 밤의 窓을 때리는구나
너는 이런 밤을 無數한 拒否 속에 헛되이 보냈구나
또 지금 헛되이 보내고 있구나
하늘아래 비치는 별이 아깝구나
사랑이여
무된 밤에는 무된 사람을 祝福하자
(1958)
그토록 무수히 많은 새로운 밤들을 맞이하고 보냈건만, 그러나 '내 밤'은 아직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