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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Jan 22. 2024

디자인


이쪽 관련 책이나 논문을 전혀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디자인에 대해 나는 좀 민감한 편이다. 대개는 쁘띠의 허의의식 같은 것을 버리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고 디자인 자체의 의미가 경감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아주 가끔 시간이 나면 디자인 관련 페이지들을 찾아보는데, 눈이 번쩍 뜨이는 디자인도 보이고 어떤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후자의 경우 보통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의지해 순간적인 재치 같은 것을 밀어붙인 게 많다.


연전 <BAGSATGE展 by 0914>이라는 릴레이 전시 프로젝트가 있었다. 신문 기사인지 관계자의 발언인지 모르겠으나, 이 전시회는 ‘가방에 대한 다양한 프레임을 통해 가방을 재조명하고 가방에 반영된 문화적 의미를 통해 가방이 일상적 사물이 아닌 예술로 변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회화와 문학 설치 미술 등 예술 분야는 물론 심리학과 수학 등 다양한 장르와의 결합을 통해 흥미로운 전시들을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고 한다. 더욱이 본연의 철학과 아름다움을 통해 가방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고도 한다.


아래 ‘작품’은 그 전시회에 출품된 것 중 하나이다. 프랑스어로 씌어 있는 저 말은 “이것은 개가 아니다”라는 뜻이다. 아다시피 초현실주의 작가 르네 마그리트가 1929년에 발표한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를 패러디한 것이다. 푸코의 알 수 없는 설명으로 더욱 유명해진 작품이다.


나는 이런 작품을 볼 때마다 좀 짜증이 난다. 저기에는 “본연의 철학과 아름다움”은 물론, “가방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 있지 않다. 가방에 대한 “재조명”도 없는 것 같다. 있다면 그저 반짝이는 아이디어뿐이다. 혹시 유명 bag으로 상징되는 자본주의적 탐욕에 대한 희화화라면 어떨지 모르지만, 그의 다른 작품들을 대략 훑어본 바에 따르면,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이건 어디까지나 문외한의 망발이다. 혹 작가나 작가를 아는 분이 보면, 꾸짖지 마시고 일깨워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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