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양수는 《귀전록(歸田錄)》에서 “내가 평생에 지은 문장 중에는 삼상에서 지은 것이 많은데, 말 위, 베개 위, 뒷간 위가 그것이다. 대개 이곳이 생각을 얽어내기에 더욱 좋기 때문이다.[余平生所作文章, 多在三上, 乃馬上枕上廁上也. 蓋惟此尤可以屬思爾.]”라고 하였다.
이 글을 읽으면서 ‘옛날이나 지금이나 비슷하구나’ 생각했었다. 그런데 서거정의 글을 읽고는 그가 한 수 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거정은 《필원잡기(筆苑雜記)》에서 이렇게 말했다. “옛 사람들은 세 가지 위에서도 생각을 가다듬을 수 있다고 하였는데 (…)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세 가지 가운데[三中]가 있을 뿐이니, 한가한 가운데[閒中], 술 취한 가운데[醉中], 달빛 가운데[月中]이다”라고 하였다.”
나는 한가하기도 하고 달빛도 즐길 수 있는데, 다만 술을 마음껏 취할 수 없으니,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