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들

by 진경환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을 다시 읽었다. 간만에 "사람들은 불빛에 비쳐 무안당한 사람처럼 붉은 얼굴로, 정물처럼 서 있었다."거나 "전보대에 붙은 약 광고판 속에서는 이쁜 여자"가 한 번은 "<춥지만 할 수 있느냐>"고 했고, 또 한 번은 "<그저 그래요>하고 웃고 있었다."와 같은 문장을 즐겨보자는 심사였는데, 망외로 이런 문장을 얻었다.


"추억이란 그것이 슬픔 것이든지 기쁜 것이든지 그것을 생각하는 사람을 의기양양하게 한다. 슬픈 추억일 때는 고즈넉이 의기양양해지고 기쁜 추억일 때는 소란스럽게 의기양양해진다."


"고즈넉"과 "의기양양"이 퍽 잘 어울리는구나 했다. 그뿐 아니라 외교원이라는 말, 그리고 통닭을 시키고 다꽝과 함께 파가 나오는 중국요리집의 풍경도 흥미로웠다. 물론 아마도 '조도 낮은 다다미방'에서의 연애도...


"나와 동갑내기인 안", 그리고 "서적 판매 외교원"인 "아저씨"는 "중국요리집"에서 "통닭과 술"을 시킨 후 "옆방에서 들려오고 있는 여자의 불그레한 신음소리"가 "다급해져 가는" 걸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사환이 다꾸앙과 파가 담긴 접시를 갖다 놓고 나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한밤의 운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