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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Jan 29. 2024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니, 순우리말로는 아마 ‘가위’에 해당할 ‘나쁜(혹은 무서운, 또는 불길한) 꿈’과 관련해 다음 세 가지 단어가 나온다. 그 설명의 강도(?)에 따라 나열해 보면, 이렇게 될 것 같다. 근데 아무래도 자의적인 것 같아 수긍하기 좀 그렇다.


흉몽(凶夢) : 불길한 꿈.

악몽(惡夢) : 불길하고 무서운 꿈.

염몽(厭夢) : 불길한 꿈, 또는 가위눌리는 악몽.


그런데 《오주연문장전산고》 〈꿈에 대한 변증설〉을 보니, 여섯 가지 꿈이 나열되어 있다. 정몽(正夢), 악몽(噩夢), 사몽(思夢), 오몽(寤夢), 희몽(喜夢), 구몽(懼夢)이다. 《주례》를 인용한 것인데, 그 주석은 이렇다. “‘정몽’은 촉동(觸動)하는 바가 없어 편안하게 꾸는 꿈을 이른다. ‘악몽’은 깜짝 놀라서 꾸는 꿈을 이른다. ‘사몽’은 깨어 있을 때 생각했던 것을 꾸는 꿈을 이른다. ‘오몽’은 깨어 있을 때 말했던 것을 꾸는 꿈을 이른다. ‘희몽’은 기뻐서 꾸는 꿈을 이른다. ‘구몽’은 두려워서 꾸는 꿈을 이른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악몽과 사몽과 오몽을 차례대로 경험했다.(사실 나는 꿈을 대단히 자주, 거의 매일, 꾸는 편인데, 돌이켜 보면 정몽과 희몽, 구몽은 별로 꾸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꾸고 깨고, 깨고 다시 꾸기를 수차례, 얼마나 허둥거렸는지 온몸이 다 쑤신다. 다시 잠을 청하기가 두려워 《오주연문장전산고》의 말을 새겨본다.


“환이란 것은 깨어 있을 때의 꿈이요, 꿈이란 것은 잠들었을 때의 환이다.(幻也者, 覺時之夢也, 夢也者 睡中之幻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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