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곧 설화는 대개 신화와 전설과 민담으로 하위분류된다. 그렇게 나누는 잣대가 여럿 있다. 그 중 하나가 소위 "자아와 세계의 대결 양상"이다.
신화는 자아와 세계가 대결하지만 결국 둘이 동질적인 것임을 확인하는 이야기다.
전설은 자아와 세계가 대결하되 자아가 세계의 장벽 앞에서 좌절하는 이야기다.
민담은 자아와 세계가 대결하지만 결국에는 자아가 승리하는 이야기다.
이렇게 보면, 오늘날은 확실히 전설의 시대다. 우리는 세상, 곧 자본 앞에서 늘 패배하고 좌절한다. 자본의 시대에 맞서 우리가 승리하는 이야기를 하면 백일몽을 꾼다고 한다. 간혹 자본과 노동의 화해 혹은 조화를 말하지만, 그건 대개 가짜 신화를 창조하려는 꼼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