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지우며

by 진경환


교육현장에서 가르치는 선생은 배우는 학생을 끝까지 포기할 수 없고, 또 포기해서도 안 된다. 그런데 우리는 인생의 어느 단계에서 누군가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기도 한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해야 하는 것이 포기일 터인데, 더이상 같이 가거나 함께 할 수 없을 때 관계를 끊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누구나 감추고 싶은 일 한두 개쯤은 있을 것이다. 말하기 마뜩지 않아서, 꼭 말을 해야 할 필요가 없어서 그저 입을 다무는 경우가 있다. 거짓말을 하려거나 속이려는 것이 아니라, 굳이 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 함구하는 것이다. 불가피해서 한 일도 있을 것이고, 마지못해서 한 일도 있을 텐데, 그것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봐야 쓸데없지 않나 생각해서 그러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감추거나 속인 짓이었다고 힐난하는 사람이 있다. 그렇게 하겠다는 데 막을 수는 없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가장 좋지 않은 것은, 당사자가 있는 자리에서 짐짓 남에게 하는 말인 것처럼 뻔뻔하게 그 말을 해 당사자에게 상처를 주는 짓이다.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폭로인 것이다. 내가 모모를 마음속에서 지워버린 건 바로 그가 그런 식의 너절한 짓을 두어 차례 자행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때 가까이 지내던 사람이니, 지금부터라도 그런 너절하고도 야비한 짓은 하지 말기를, 그래서 좀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마디 해 보았다. 좋은 계절이 오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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