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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on Suffering

by 진경환

"독일군이 런던을 무차별 폭격해도 영국 시민들은 겁먹지 않았다. 고통을 공유(Common Suffering)하며 오히려 단결하여 무너진 건물을 재건하고, 공장에 가서 군수물자를 만든다."


어느 평론가의 글이다. "고통을 공유"라는 말 뒤에 "(common suffering)"을 굳이 달아 써야 하나? 이렇게 쓸 때는 대개 그 말이 어떤 의미 있는 개념어로 사용될 경우일 것이다. 라캉을 예로 들면, "욕망의 대상(phallus)"이라고 쓰는 따위다. 혹은 단어들 사이의 차이를 드러내기 위해 "요구(denand)에서 욕구(need)를 뺀 나머지가 욕망(desire)이다" 식으로 쓰는 경우이다.


특별히 드러내 밝혀야 하는 용어나 개념이 아닐 뿐 더러 없어도 의사소통에 전혀 지장이 없는 말을 굳이 써넣는 것은 한갓 현학취미이거나 알량한 스노비즘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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