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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규(一休)와 잇사(一茶)

by 진경환


심우도(尋牛圖) 혹은 십우도(十牛圖)의 일곱 번째 그림의 제목은 “망우존인(忘牛存人)”, 곧 “소를 잊고 사람만 남다”이다. Jon Cater Covell의 책을 보니, 그 부분을 이렇게 설명했다.


“일곱 번째 단계에서 도를 찾는 이는 그의 정신적 탐구를 끝내게 된다. 깨달음은 어느 순간에든 일어날 수 있다. 복숭아꽃이 활짝 피어 있는 광경, 사과가 상위로 떨어지는 소리, 그 어떤 것이든 형언할 수 없는 최고의 경지를 존재론적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일본의 잇큐(一休, 1394∼1481) 선사는 까마귀 울음소리를 듣고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역동적인 재생의 우주적 리듬을 드러내는 까마귀의 울음소리’를 통해 우주 자체를 깨달았던 것이다.”


선승(禪僧)이자 괴승(怪僧)으로 알려진 잇큐는 김시습(1435~1493), 그리고 『묵죽화첩(墨竹畵帖)』으로 유명한 화가 이수문(李秀文, 1403~?) 등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어 더욱 관심이 가는 인물이다. 한때 「빈대」와 같은 그의 한시(“이것은 때인가 티끌인가 무엇인가, 한 번 보고 또 봐도 하찮은 미물일세, 사람 피 빨아먹고 통통하게 살쪘어도, 비쩍 마른 중놈 손톱에서 생을 마치네”)를 찾아 즐긴 적이 있었다.


마침 하이쿠 한 수를 얻어 보게 되었다. “여기가 바로 마지막 거처인가, 눈이 다섯 척(是がまあつひの栖か雪五尺)” ‘아, 좋다’ 하면서 언뜻 보니 지은이가 ‘잇사(一茶, 1763~1827)’이다. 순간 잇규로 착각하고 ‘역시’ 했는데, 아니다. 찬찬히 생각해 보니 잇샤는 이 그림으로 알게 된 이다. 환갑을 축하하면서 쓰고 그린 것이다.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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