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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장(棍杖)

by 진경환


『한국100년』이라는 책에 실린 사진들을 보노라니, 이전에 보지 못한 장면이 보인다. “금표(禁標)”, 무언가를 금지한다는 푯말이다. 내용은 “가축을 (함부로) 방목하는 자는 장 100대, (타고 남은) 재를 버리는 자는 장 80대”이다.


그런데 볼기를 벗겨 때리는 형벌인 ‘곤장(棍杖)은 ‘곤’과 ‘장’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곤’은 버드나무를 잘라 넓적하게 만든 것으로 주로 도적 등 중죄인을 치죄하는 데 쓰였다. ‘치도곤(治盜棍)’이라는 글자를 새겨 넣었는데, 우리의 춘향이가 변학도의 수청을 거부하는 대가로 맞는 태형은 바로 이 ‘곤’이었다.


10대를 맞으면서 춘향이 부르는 노래가 바로 <십장가(十杖歌)>이다. 이 정도 맞으면 거의 사망에 이른다. '곤'을 하루 전에 물에 불려 탱탱 불게 한 다음에 맨살에 내리치면 그것이 살갗에 붙어 살점이 뚝뚝 떨어져 나갔다. 이 '곤'을 심하게 맞으면 장독에 걸려 죽기도 했다.


한편 ‘장’은 가시나무를 막대기처럼 가늘게 만든 것이다. 이 장형은 60대, 70대, 80대, 90대, 100대의 다섯 등급이 있었다. ‘장’은 ‘곤’에 비해 조금 가벼운 형별이기는 했지만, 여러 대를 맞기 때문에 그 타격은 ‘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하루에 맞는 수가 제한되어 있어, 예컨대 총 70대를 맞아야 한다면, 여러 날 나누어 맞기도 했다. 참고로 10대에서부터 50대까지는 태형이라 했는데, 장형이나 태형은 돈을 내서 면제받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의 흥보는 매품팔이, 곧 매를 대신 맞아주는 것을 통해 겨우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다시 저 사진으로 돌아가 보면, 가축을 마음대로 놓아 기르거나 방치하는 일, 그리고 타고 남은 재를 함부로 버리는 일은 각각 장형 80대와 100대였으니, 대단한 중죄였음을 알 수 있다. 요즘도 저 중동의 어느 나라들에서는 공개된 장소에서 태형이 이루어지는데,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발렌타인데이를 기념해 즐겼다는 이유로 청년 다섯 명이 1000~1500대씩의 회초리를 맞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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