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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과 논문

by 진경환


전통문화 관련 두 편의 글에서 ‘해설’이 ‘논문’으로 치부되는 경우를 보았다.


먼저 정자와 편액의 의미 관계를 ‘고찰’한 ‘논문’에서 송순의 <면앙정>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면앙정’은 ‘하늘을 우러러보고 땅을 내려 본다’를 의미한다. 편액의 의미에는 「하늘」과 「땅」의 천상요소와, 「우러러보다」와 「내려보다」의 동사가 짝을 이루어 대칭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세상 앞에 당당하고 청렴한 삶을 추구하는 송순의 심성이 잘 드러나 있으며, 천인합일의 이상세계를 구현하고 있다.”


이 진술에서 방법이랄까, 하여간 그런 건 다음 두 가지겠다. (A) 말의 의미가 어떻다는 것이고, (B) 그것을 토대로 뭔가를 해석해 냈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 (A)에서 (B)로 나아가는 데 비약이 심하다. 더구나 ‘청렴한 삶’이니 ‘천인합일의 이상’이니 하는 건 유가 일반의 ‘모토’이지, 송순만의 특성은 아니다. 그렇게 해서 송순과 면앙정에 대해 과연 무엇이 해명되었는가.


다음은 조선 후기 꽃놀이 명소에 관한 ‘논문’이다.


“「서지에서의 꽃구경(西池賞花記)」에는 이윤영(李胤英, 1714~1759)과 이인상(李麟祥, 1710~1760) 등이 이곳에서 즐긴 풍류가 묘사되어 있다. 이윤영 일행은 이 시에서 연꽃과 달빛, 물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경관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 진술은 두 문장으로 되어 있는데, 앞의 문장은 다른 이의 글을 인용한 것이다. 필자(2인)의 주장은 마지막 한 문장이다.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


이런 어설픈 '해설'이 ‘논문’으로 양산되고 있다. 더구나 이 두 논문은 소위 최고의 명문대학에 소속되어 있는 연구진들이 작성하여 제출했고, 사계의 권위자들이 심사하여 통과된 것들이다. 앞의 논문은 무려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5명이 공동으로 작성했고, 뒤의 것은 한국인 두 사람이 공동으로 작성했다.


'연구자'는 '문화해설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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