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락(伯樂) 손양(孫陽)은 말을 감정하는 상마가(相馬家)였다. 초 나라 왕이 백락에게 천리마를 구해 오라고 지시했다. 백락이 길을 나선 후 아무리 찾아도 천리마를 구할 수 없었다. 어느 날 소금장수의 마차와 마주쳤다. 소금 마차를 끌던 말은 비쩍 마르고 볼품없이 생겨 아무 데도 쓸데없어 보였다. 그런데 백락은 단번에 그 말이 천리마임을 직감했다. 불세출의 천리마로 태어나 왕을 태우고 세상을 호령했어야 할 말이 보잘것없는 먹이를 먹고 비쩍 마른 채 소금 수레를 끌고 있는 모습을 보자 백락은 절로 측은지심이 들어 입고 있던 베옷을 벗어 말의 잔등을 덮어주었다. 그러자 말은 자신을 알아주는 데 감격해 길고 우렁차게 울었다. 소금장수에게서 말을 사 온 백락이 초나라 왕에게 그 말을 보이자, 초나라 왕은 크게 화를 내었다. 좋은 말을 구해 오라 했더니 웬 비루먹은 말 한 마리를 끌고 왔냐는 것이다. 이에 백락은 며칠만 기다려 보라고 했다. 백락이 가장 좋은 먹이와 마구간을 내주면서 그 말을 힘써 보살피니 말은 곧 비쩍 말랐던 예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위풍당당한 천리마의 모습을 되찾았다. 초나라 왕이 몹시 기뻐하며 그 말 위에 올라타 채찍을 한 번 휘두르니 말은 그 길로 천 리를 질주했다 한다. ‘백락상마(伯樂相馬)’, 곧 백락이 말을 잘 본다는 말이 여기서 생겨났다.
이런 사람이니 그에 얽힌 이야기가 적을 수 없다. ‘백락일고(伯樂一顧)’도 그 중 하나이다. 백락이 한 번 뒤돌아본다는 뜻이다. 어느 날 말을 팔려는 사람이 백락에게 와서 말 감정을 부탁했다. 그 사람은 꼭두새벽부터 말을 팔려고 나왔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사려고 하지 않자 난감한 지경에 있었다. 간곡한 부탁에 못 이겨 따라나선 백락의 눈에 비친 그 사람의 말은 생각보다 훨씬 좋은 준마였다. 놀란 백락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감탄하는 표정을 지은 채 한동안 말을 바라보다가 아깝다는 표정을 지은 채 그 자리를 떠났다. 유명한 백락이 그렇게 하는 것을 본 사람들은 앞을 다투어 그 말을 사려고 했고, 말 주인은 처음 생각했던 값의 열 배가 넘는 돈을 받고 말을 팔 수 있었다.
백락이 말을 잘 보았다면, 백아(伯牙)는 사람을 잘 알아보았다. 춘추전국시대의 이름난 거문고 연주가인 백아와 종자기(鍾子期)는 가까운 벗이었다. 종자기는 늘 백아가 연주하는 곡을 듣고 백아의 마음속을 알아채곤 했다. 백아가 산을 오르는 생각을 하면서 연주하면 종자기는 ‘태산과 같은 연주’라 말하고, 흐르는 강물을 생각하며 연주하면 ‘흐르는 강의 물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백아는 진정으로 자신의 소리를 알아주는 사람은 종자기밖에 없다 하였고, 여기에서 자신을 잘 이해해주는 둘도 없는 친구에 빗대는 ‘지음(知音)’이란 말이 생겨났다. 자신을 알아주던 종자기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백아는 자신의 연주를 더 이상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며 거문고의 현을 끊고 다시는 연주하지 않았다고 한다. ‘백아절현(伯牙絶絃)’이다.
그림 : 청대 전풍(錢渢)의 「백락상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