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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Mar 31. 2024

부활절 유감


진정한 기독교 신자라면, 예수가 인간의 원죄를 대신 갚아주려고 흘린 저 보혈의 고통을 체화해야 한다고 알고 있다. 바로 대속(代贖)이다. 그것을 영어로 풀면 훨씬 이해가 잘 된다. atonement이다.


이 말은 at+one+ment로 이루어졌다. at은 어디로의 집중을, ment는 동작이나 상태를 말하니, '하나로 집중된 상태'라는 뜻이겠다. 요컨대 예수의 고통을 나의 아픔과 일치시킨다는 말이다.


그런데 신이 아닌 범인(凡人)에게 이러한 대속의 체화를 일상화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해보려고 애는 좀 써봐야 종교인이라 자처할 수 있을 것이다. 실생활에서는 할 짓 못할 짓 서슴없이 저지르면서 부활절이라고 엄숙한 표정으로 멋진 말을 뇌까리는 것은 참으로 보기 민망하다.


연전에 '내탓이요' 스티커를 차 뒷유리창에 붙이고 다니는 것이 톨릭 신자들 사이에서 유행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스티커는 보라고 붙이는 게 아니라 내가 매일 보고 반성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스티커는 앞에 붙여야 마땅하다.


특별한 날을 빙자해 하루만이라도 반성하는 것은 안 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습관성 면피가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여겨 한마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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