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경환 Apr 12. 2024

지권서(知卷舒)

 

이백(李白)의 시 「의고십이수(擬古十二首)」를 읽다가, 시구 중에 마음에 담아두고픈 말 하나를 찾았다. “유재지권서(有才知卷舒)”.


재능과 양식(혹은 재주와 덕행)이 있는 자만이 깔개 자리를 필요에 따라 말기도 펼치기도 하듯이, 시세(時勢)에 응하여 각각 당당한 생활태도를 취할 줄 안다는 말이다.     


이 말은, 그 앞 구절의 “우부동와석(愚夫同瓦石)”, 곧 어리석은 자들은 돌 기와나 같다는 말과 대조된다. 어리석은 자들은 무지하고 무감각하기가 마치 기와나 암석과 마찬가지여서, 작은 성공이나 실패에 악착스럽게 집착한다.      


기왕 말이 나온 김에 ‘악착’이란 말을 생각해 보자. 한자로는 ‘齷齪’이라 쓴다. 두 글자에 공통으로 들어있는 글자는 ‘이[齒]’다. ‘악착’은 원래 이가 잗다랗다, 곧 자잘하다는 뜻이었는데, 점차 이를 앙다문 상태라는 그 의미로 확장되었다. 일을 해 나가는 태도가 매우 모질고 끈덕지다거나 도량이 몹시 좁다는 말이다. 심지어는 잔인하고 끔찍스럽다는 뜻도 들어 있다. 사람이 악착스러울 때는 뭔가를 자기 것으로 취하려고 하거나 취한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할 때다.      


인심 모두 악착 같으니(人心皆齷齪)

세상사 한 번 웃고 말지(世事一呵呵)     


유금(柳琴, 1741∼1788)의 시구이다.   


작가의 이전글 자랑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