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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Apr 23. 2024

감기

며칠을 감기로 고생했다. 그러면서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감염시켜 발생하는 이 질환을 예전엔 뭐라 했는지 궁금했다.


알다시피 감기는 옛말로는 ‘고뿔’이다. 그런데 홍윤표 교수에 따르면, ‘감기(感氣)는 “최근에” 쓰게 된, “‘복덕방’, ‘사돈’, ‘사촌’ 등처럼 우리나라에서 만든 한자어”이다. 그리고 “혹시 일본어에서 온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일본어에서는 감기를 ‘風邪(가제)’라고 하니깐요.”라고 친절한 설명도 부기했다.


손에 닿는 대로 찾아보니, 감기는 예전 한자로 ‘한질(寒疾)’, ‘풍한(風寒)’, ‘감모(感冒)’, ‘감한(感寒)’, ‘감모풍한(感冒風寒)’ 등등으로 표기했다.


그런데 주로 왕실의 경우이지만, ‘감기(感氣)’라는 말을 쓰고 있었다. 몇 가지 사례를 보인다.


“지금 감기는 작은 병이 아닌데 소선(素膳)을 드시니 매우 걱정된다(卽今感氣非細, 素膳之進御, 深悶矣.) 《승정원일기》 영조 즉위년 갑진(1724) 9월 8일


* “감기가 아직 완쾌되지 않은 탓인 듯합니다(似是感氣未盡之致耳.)” 《승정원일기》 영조 2년 병오(1726) 4월 28일


* “감기에 나쁠 것이니(有妨於感氣)” 《승정원일기》 영조 2년 병오(1726) 5월 3일


* “감기는 어제보다 덜한 것 같은데, 기침이 아직 그치지 않았다(感氣則比昨欲減, 而咳嗽尙不止息.)” 《일성록》 정조 5년 신축(1781) 11월 1일


이런 사정을 고려해 보면, ‘감기’라는 말은 “최근에” 쓰기 시작한 말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더 이상의 추론은 하지 않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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