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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Apr 22. 2024

'긴장'이라는 말

어느 분이 이렇게 얘기했다. "우리가 '긴장'이란 말을 오해하고 있다. '긴'은 긴축할 때의 긴, 줄어듦이고, '장'은 신장, 확장할 때의 장, 늘어남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긴장할 때 긴밖에 생각 안한다. 긴장이 긴과 장인데...진보세력도 바로 이 '장'의 결여가 있다고 생각한다."


단적으로 말해, 이것은 잘못된 이해의 결과이다. 다소 번거롭기는 하지만, 잠시 《예기(禮記)》를 읽어보자. "긴장(緊張)하기만 이완하지 않은 것은 문왕과 무왕도 능히 하지 못했고, 이완하기만 하고 긴장하지 않은 것은 문왕과 무왕도 하지 않았다. 한 번 긴장하고 한 번 이완하는 것은 문왕과 무왕의 도(道)이다(張而不弛,文武不能也;弛而不張,文武不爲也。一張一弛,文、武之道也。)"


여기서 긴장은 이완과 대(對)가 되어 쓰이고 있다. 위의 분은 긴장에서 '긴과 장'이 마치 '긴장과 이완'의 의미인 듯 이해했지만, 이 오해는 '장(張)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해서 생긴 것이다.


장(張)은 원래 활을 활시위에 매겨 활시위를 강하게 당긴다는 말이다. 그렇게 되면 활시위는 활짝 펴지게 되는데, 바로 그 상태 혹은 동작이 바로 장인 것이다.


한편 긴(緊)은 줄어든다는 의미 이전에 늘어지지 않고 팽팽하다는 말이다. 원래 현악기의 줄을 팽팽하게 죄는 것을 말한다.  장(張)이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긴 것을 가리키는 것과 유사하다.


이렇게 보면 긴장에서 긴과 장은 서로 같은 의미로 보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컨대 긴장은 이완과 대가 되는 말이지, 긴과 장이 대립되어 이루어진 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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