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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May 07. 2024

군자와 소인


“군자는 대의(大義)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소인은 실리(實利)에 대해 잘 알고 있다(君子, 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 공자의 유명한 말이다. 이에 대해서는 중국 삼고(三古; 고고학, 고문자학, 고문헌학)의 대가이자 베이징대 교수인 리링(李零)의 설명이 간명하다. “군자는 의로써 이해시킬 수 있고, 소인은 오직 실리로써 이해시킬 수 있다. 소인은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돈을 가져오라 말하기 때문에, 그에게 의에 대해 설명해 봐야 아무 소용없다.” 내가 보기에, 리링의 해석에 덧붙일 말은 없다. 자기 이익 구하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에게 대의를 설명하기란 ‘소귀에 경 읽기’다.


반면 에도 중기의 유학자인 오규 소라이의 설명은 이렇다. “의로움이란 선비와 군자들이 힘써야 할 것이고, 이익이란 백성들이 힘써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을 깨우치는 도리는 군자에 대해서는 의로움으로 하고, 소인에 대해서는 이익으로 한다. 비록 군자라 해서 어찌 이익을 원하지 않으며, 소인라 해서 어찌 의로움을 기뻐하지 않겠는가. 다만 힘쓰는 것이 다를 뿐이다.”


군자와 소인은 힘쓰는 데가 다르다는 말을 새겨들어야겠다. 소인배가 정의를 말할 수는 있겠지만, 사실 그들은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의 이익을 차리려고 하는 것이다.(여기서 ‘자기 이익’은 금전적인 것이 가장 크지만, 반드시 그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덧. 대개 이런 글을 보면 누구나 ‘나는 군자이거나 군자에 가깝지 절대 소인이거나 소인에 가깝다’고 생각지 않는다. 물론 나도 그렇고 당신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반성과 성찰이란 게 있겠다. ‘이익 챙김’은 숨기고 감출수록 더욱 드러나게 마련이니, 그렇게 되면 점점 더 추해질 뿐이다.


가장 가증스러운 것은 크든 작든 이익을 쫒는 데 혈안이 되어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정의로운 체하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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