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경환 May 07. 2024

신의

 

"인이무신(人而無信), 부지기가야(不知其可也)"라고 한다. 사람이면서 신의가 없으면, 가망이 없다는 말이다. "不知其可也"를 어떻게 풀 것인가를 놓고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그 다음 구절(大車無輗, 小車無輗, 其何以行之哉)로 미루어보면 '가망이 없다'는 의역도 그냥 써먹을  만하다.


큰 수레든 작은 수레든, 끌채 없이는 움직일 수 없다는 비유를 볼 때, 그렇다는 말이다. 좀더 정확히 하면, 아무 데도 쓸데가 없다는 뜻이겠다.


'끌채'는 무엇인가? 한자로는 '예(輗)' 또는 '월(軏)'이라고 한다. 《논어》 <위정(爲政)>에 나오는 말이다.


스승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으로서 믿음이 없으면 그래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큰 수레에 예(輗)라는 끌채가 없고, 작은 수레에 월(軏)이라는 끌채가 없다면 그런 수레가 어떻게 움직이겠느냐(子曰, 人而無信, 不知其可也. 大車無輗, 小車無軏, 其何以行之哉?)


‘대거(大車)’는 소가 끄는 큰 수레고, ‘소거(小車)’는 말이 끄는 작은 수레다. ‘예(輗)’와 ‘월(軏)’은 첨부한 그림으로 대신한다.


요컨대 사람이 자기가 한 말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것은 마치 수레에 끌채가 없어서 수레가 움직일 수 없는 것과 같다, 곧 신의가 없는 자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카라카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