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청 나라 임웅(任熊, 1823~1857)
실물 크기(177.5×78.8cm)로 그렸다. 동양 삼국에서 이런 초상화는 보지 못했다. 옆에 써놓은 제발(題跋) 또한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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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대한 세계에서 내 눈앞에 놓여있는 것들은 도대체 무엇인가? 나는 웃으며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떠들지만, 그렇게 관계를 넓혀 가려 하지만, 무엇을 알 수 있게 된단 말인가? 이 광막한 혼란 속에서 무엇을 부여잡고 무엇에 의지해야 하는가? 이런 말은 하기는 또 얼마나 쉬운가! 내 유년시절을 회상해보면, 그때는 이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사명감을 가지고 귀감으로 삼고자 선인들을 그렸다. 거울 속의 검은 눈썹이 하얗게 세고 속세의 먼지가 나의 흰머리를 덮는다 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앞 못 보며 달리는 경주마와 같을진대, 무엇이 이보다 슬프겠는가? 하지만 나에 대한 단 한마디 가벼운 말도 역사에 남기지 못하는 벙어리 짓은 그보다 더 비참한 일이다. 누가 바보이며, 누가 현자인가? 결국 아무것도 알 수 없다. 흘낏 둘러보건대 오직 한없는 허무뿐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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