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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Jun 14. 2024

〈화앙방자전(禍殃房子傳)〉

최해(崔瀣, 1287~1340)는 〈예산은자전(猊山隱者傳)〉을 지었다. 〈예산은자전〉은 이렇게 시작한다. “은자의 이름은 하계, 혹은 하체이며, 그의 성은 창괴다(隱者名夏届, 或稱下逮, 蒼槐其氏也.)” ‘하계, 하체’, ‘창괴’는 모두 반절(半切)이다. 반절은 한자의 음을 나타낼 때 다른 두 한자의 음을 반씩 따서 합치는 방법을 말한다. ‘文(문)’의 음은 ‘無(무)’의 초성인 ‘ㅁ’과 ‘分(분)’의 중성 및 종성인 ‘ㅜ, ㄴ’을 합친 ‘문’이 되는 것 따위이다. 이렇게 보면 ‘하계, 하체’는 ‘해’를, ‘창괴’는 ‘최’를 나타낸다. 결국 ‘예산은자’는 곧 최해 자신을 말하고 있는 셈이다.   

   

 초여름이 하도 무덥고 무료하기에  〈예산은자전〉에 빗대어  〈화앙방자전(禍殃房子傳)〉의 도입부의 일부를 지어 보았다. 언제 이어 써 끝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시작은 좀 해 보았다.     


禍殃房子傳〉      

房子名佇應 : 방자의 이름은 저응 

或稱史安 : 혹은 사안이라 한다. 

禍殃其氏也 : 화앙은 그의 성이다. 

世爲毛旭包五國人: 대대로 모욱포오국 사람이다. 

本非覆姓 : 원래는 두 자의 성씨가 아닌데 

至房子 : 방자에 이르러 

因夷音之緩 : 우리나라의 음이 느리기 때문에 

倂其名而易之 : 그 이름과 함께 이렇게 바꾸었다.

房子方孩提 : 방자는 어려서부터 

已達男女性情 : 이미 남녀의 성정에 통달해

及成人 : 성인이 되자 

不滯於一人 : 한 사람에게만 골똘하지 않았다.

纔得味歸 : 단지 그 맛을 아는 데만 몰두하여 

便無忌愛 : 누구든 사랑하는 것을 꺼리지 않았으니

其汎而不究也 : 그것은 넓게 보기만하고 깊이 파고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稍壯 : 차츰 자라나게 되자

慨然有志於 : 비장한 각오로 출세하는 데 뜻을 두었으나

而世莫之許也 : 세상에서는 그를 인정하지 않았다. 

是其性不善於鋪設 : 이것은 그의 성격이 남에게 베풀지를 못하고

而又好女 : 또 여자를 좋아하여 

一合而後 : 한 번 만난 뒤에는

喜說人之惡  : 남의 나쁜 점을 얘기하기 좋아하여

凡從耳而入者 : 귀로 들은 것이면 

口不解藏 : 입이 그것을 간직할 줄을 몰랐다. 

故人假裝歡喜而內心厭之 : 그러므로 사람들은 겉으로는 좋아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그를 싫어 하였다. 

輒擧輒斥而不定居 : 출세할 뻔하다가는 곧 배척을 당하여 번듯한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雖愛人惜其欲改 : 비록 애인들이 애석히 여겨서 그의 태도를 고쳐주려 하여

或勸或責 : 더러 권면하기도 하며 더러 책망도 해 보았지만

不能納 : 받아들이지 않았다.

蓋因為信多女熱愛自身 : 세상의 많은 여자들이 자신을 대단히 사랑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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