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추념할 날은 아니겠지만, 56년 전 오늘은 김수영이 소설가 이병주와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가다가 마포 종점에서 버스에 치어 세상을 떠난 날이다. 향년 46세.
그가 지금 생존해 있었으면, 뭐가 좀 달라졌을까 잠시 생각해 보면서, 그의 시 <긍지의 날>을 절단해 읽어본다.
너무나 잘 아는
순환의 원리를 위하여
나는 피로하였고
또 나는
영원히 피로할 것이기에
구태여 옛날을 돌아보지 않아도
설움과 아름다움을 대신하여 있는 나의 긍지
그를 만나지 못했다면, 외롭고 쓸쓸했던 내 20대는 더욱 간난하고 황량했을 것이다. 막걸리 한 잔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