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님께서 말씀하셨다. “싹이 나도 이삭을 피우지 못하는 것이 있더라! 이삭이 피어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이 있더라!” 《논어》 〈자한〉에 나오는 말이다.
이 구절은 후회나 회한과 어울리는 것 같다. “이 유별난 시대에 태어나, 젊었을 때는 어떻게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결국 지금에 이르러 얻은 결론은 자신이 별 볼 일 없는 사람임을 알게 되는 것”이라는 난화이진의 말이 아프게 다가온다.
그러나 그렇게만 보면 인생이 너무 쓸쓸하다. 이삭을 못 피워도 싹이 날 때는 얼마나 흐뭇했던가, 비록 열매는 맺지 못했어도 이삭은 또 얼마나 대견했던가. 자위라고만 생각하지 말자. 그런 삶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종 결론만으로 인생이 한방에 결정 난다고 하면, 사는 동안 우리는 얼마나 한심한 존재들인가.